법인 등록하고 실제론 땅 투기 “가짜 농업법인 판 친다”

입력 2020-11-17 15:59 수정 2020-11-17 16:56

제주의 한 농업법인은 2018년 5월부터 2019년 2월까지 서귀포시 안덕면 일대 농지 2만2632㎡를 20억5000만원에 매입해 28명에 48억원에 매도, 27억5000만원의 시세차익을 남겼다.

또 다른 농업법인은 2018년 5월경 서귀포시 표선면 지역 농지 2만1725㎡를 21억6000만원에 매입해 같은 해 97명에게 76억6500만원에 되팔아 55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농업법인으로 설립 등기한 뒤 농지를 불법 취득해 매매 차익을 남기는 등 목적 외 사업을 하다 적발되는 농업법인이 제주에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지방경찰청은 지난 8월부터 넉 달 동안 부동산 시장 교란 행위를 단속한 결과, 제주지역 농지를 부정한 방법으로 매매한 205명을 농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붙잡아 기소의견으로 경찰에 송치했다고 1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검거된 205명 가운데 투기를 목적으로 농지를 사들여 차익을 챙긴 피의자는 17명으로, 모두 도내에 농업법인을 등록한 뒤 불법 매도 행위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얻은 시세 차익은 무려 140억원에 달했다.

앞서 제주도가 지난해 벌인 제주지역 농업법인 실태조사에서는 목적 외 사업 운영으로 해산 명령을 청구받았거나 진행 중인 농업법인이 61곳(전체 등록법인 2950곳)으로 조사됐다.

이들 상당수는 농업법인으로 등록한 뒤 당초 설립 목적과 달리 부동산 매매업이나 임대업, 숙박업, 건축업, 무역업, 수입업, 주유소 등의 사업을 하고 있던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가 농업 공동경영조직 육성과 농촌사회 안정을 돕기 위해 농업법인에 제공하는 각종 세제 혜택을 악용한 경우다.

이들은 농업인 수나 농업인 출자 비율과 같이 일정 설립 요건만 갖추면 법원 등기가 쉽게 이뤄지는 데다 농업법인을 설립하면 농업인 지위가 인정돼 농지를 취득할 수 있는 점을 노렸다.

제주도는 이들 61개 목적 외 사업 농업법인에 대해 시정 및 해산 명령 절차를 진행 중이다. 또, 농지 불법 매도로 시세차익을 남긴 일부 법인에 대해서는 고발과 이익금 환수 절차를 밟아나갈 예정이다.

도 관계자는 “비정상적으로 운영하는 농업법인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리 감독을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