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만에 신용대출 1조 급증…막판 영끌 폭발했다

입력 2020-11-17 15:16 수정 2020-11-17 15:49

금융당국이 고소득자의 신용 대출을 규제하겠다는 방침을 예고하면서 규제 실행 전에 미리 대출을 받아두려는 이들이 대거 몰리면서 4일 만에 5대 시중은행 신용대출 잔액이 1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 13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가계대출 관리방안’을 발표한 이후 신용 대출이 크게 늘었다. 주말인 14~15일에는 온라인 비대면 신용대출 신청이 급증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5대 주요 은행인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에 들어온 개인신용대출 신규 취급 건수와 금액도 규제 발표 후에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5대 시중은행의 16일 기준 신용대출 잔액은 130조5064억원으로 대책 발표 전날인 12일에 비해 1조12억원이 늘어났다.

대책이 발표된 13일부터 16일까지 나흘간 5대 은행이 받은 신규 신용대출 신청 건수는 2만149건이었다. 한 주 전 같은 기간(6∼9일, 1만4600건)보다 6000건가량 늘어난 수치다.

인터넷은행 카카오뱅크에서는 15, 16일 신용대출 신청 고객이 일시적으로 몰리면서 접속 지연 현상까지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내놓은 이번 규제는 신용대출에 대해서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규제를 적용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오는 30일부터 연 소득 8000만원을 넘는 고소득자에 대해 신용대출 총액이 1억원을 넘으면 개인 차주(돈 빌린 사람)별로 DSR 40% 이하(비은행권 60% 이하) 규제가 적용된다. DSR은 주택담보대출뿐 아니라 신용대출과 카드론 등 모든 가계대출 원리금 상환액을 연간 소득으로 나눈 값으로, 소득 대비 대출 부담 수준을 나타낸다.

이와 함께 1억원 넘게 신용대출을 받은 개인이 1년 안에 규제지역에서 주택을 살 경우 신용대출을 회수하는 규제도 적용된다.

각 은행 창구에 해당 규제의 내용에 대한 문의도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규제 이전에 1억원 넘게 신용대출을 받아놓은 사람에게도 해당 규제가 소급되는지, 마이너스 통장의 경우 어떤 것을 기준으로 적용되는지 등이 주된 문의 내용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이번 DSR 규제는 30일 이후 신용대출을 새로 받거나 추가로 받아 총액이 1억원을 넘길 경우 적용된다. 이미 1억원이 넘는 신용대출을 보유한 경우라면 규제 대상이 아닌 셈이다. 기존에 갖고 있던 대출을 금리나 만기 조건만 바꾸는 재약정을 할 경우에도 새 규제가 적용되진 않는다.

또 주택담보대출과 달리 이번 규제는 개인별 대출액을 보는 것이어서 부부나 가족 합산은 이뤄지지 않는다. 부부가 각자 1억원에 못 미치는 금액을 신용대출 받은 경우라면 1년 내 규제 지역에 집을 사더라도 대출금이 회수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마이너스 통장과 같은 ‘한도 대출’의 경우 실제 사용액이 아닌 금융회사와 약정 당시 설정한 한도금액을 기준으로 신용대출 규모가 계산된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