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 코로나 치료제 생산개시… 국내 도입은 미정

입력 2020-11-17 15:01
삼성바이오로직스 직원이 바이오리액터를 활용해 바이오의약품을 개발 중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항체 치료제 생산을 시작했다. 생산 기간을 절반으로 줄여 신속한 치료제 공급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국내 도입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7일 지난 5월 일라이릴리와 위탁생산(CMO) 계약을 체결한 코로나19 항체 치료제 ‘밤라니비맙(LY-CoV555)’의 생산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바이오의약품 기술 이전까지는 통상 5~6개월이 걸리지만 이번 생산까지는 3개월이 소요됐다.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은 “고품질 치료제를 역대 최단 기간에 생산했다”며 “전 세계 환자들에게 안정적이고 신속하게 코로나19 치료제를 공급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릴리가 개발한 항체 치료제 밤라니비맙은 지난 10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긴급사용승인을 받았다. 경증 환자에게 투약하면 중증 환자로 악화될 가능성을 낮춘다는 효능을 인정받았다. 65세 이상이나 12세 이하 등 연령 등의 요인으로 중증 환자가 될 위험이 큰 경증 환자가 밤라니비맙을 투약받게 된다. 미국 정부는 30만 회분을 구매하기로 했다.

글로벌 제약사가 개발한 치료제의 국내 도입 논의도 진행 중이지만 실제 처방까지는 상당 기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대부분 자국 우선 공급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데다가 선 계약 물량을 우선 공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는 릴리와 삼성바이오로직스 CMO 계약 체결 당시 국내 공급 협력의향서를 체결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국내에서 개발 중인 항체 치료제와 릴리의 항체 치료제가 유사한 플랫폼”이라며 “연내 결과 도출, 내년 초 승인을 목표로 임상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치료 현장에서 사용 중인 코로나19 치료제는 현재까지 렘데시비르가 유일하다.

국내에서는 셀트리온과 GC녹십자가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셀트리온은 지난 9월 항체 치료제 CT-P59의 경증 환자 대상 임상 2상을 허가받았다. 연말 임상 완료 후 긴급사용승인 신청을 염두에 두고 같은 달 공정검증배치 생산에 들어갔다. 승인 직후 신속한 대량 공급을 가능하게 하기 위함이다.

GC녹십자도 지난 8월 혈장 치료제 GC5131A의 임상 2상을 허가받아 지난 9월 처음으로 환자에게 치료제를 투여했다. 고위험군 환자 60명을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해 빠르면 연내 임상 결과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임상 참여자 외에도 치료목적사용승인을 허가 받은 5명의 환자가 GC5131A를 코로나19 치료에 활용 중이다.

백신 위탁생산 계약을 맺은 국내 제약사들도 있다. GC녹십자는 지난달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과 최소 5억 도즈 분량의 코로나19 백신 CMO 계약을 체결했다. GC녹십자의 국내 생산시설 일부를 CEPI가 지원하는 글로벌 제약사의 코로나19 백신에 활용하는 내용이다. GC녹십자 관계자는 “내년 3월부터 백신 생산 예정이지만 구체적으로 어느 제약사의 백신을 생산할지는 정해진 바 없다”고 밝혔다. SK바이오사이언스도 CEPI의 지원을 받는 노바백스와 위탁개발·생산(CDMO) 계약을 체결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제약사가 개발한 백신이라도 국내에서 생산하면 국내 도입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