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7일 “대단히 부끄럽다”며 건설 현장에서 발생하는 사망 사고 문제를 언급하면서 건설 현장을 비롯한 국내 산업재해 현실이 어떤지에 관심이 쏠린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전체 산재 사망자 중 절반을 차지하는 건설 현장의 사망자, 사망 사고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면서 “전형적인 후진국형 사고다. 우리 산업 안전의 현주소가 아닐 수 없다”고 꼬집었다.
문 대통령은 ‘부끄럽다’ ‘후진국형 사고’ ‘매우 안타까운 일’ 등 상당히 강한 표현을 연이어 사용했다. 그만큼 현재 산업재해 관련 현실에 대해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현 정부가 ‘산업재해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출범했지만, 산재 사고 감소 속도는 기대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고용노동부 ‘산업재해 발생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산업 재해로 인한 사망자는 2020명으로 전년도보다 122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사고에 의한 사망자만 보면 855명으로 전년도(2018년)보다 116명, 11.9% 감소했다. 언뜻 상황이 나아졌다고 보이는 부분이다.
그러나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정은 다르다.
사고 사망자의 50.1%인 428명이 건설업에서 나왔다. 건설업에서 사고로 사망한 사람의 수는 전년도보다 57명 줄었지만 사망만인율(사망자 수의 1만 배를 전체 노동자 수로 나눈 값으로 전체 노동자 중 사고 사망의 비중을 보여주는 수치)은 지난해 1.72‱로 2018년 1.65‱보다 더 높아진 것으로 나타난다.
건설경기 침체 등으로 전체 건설업 노동자가 줄어든 탓이다. 다시 말해 전체 노동자 수가 줄다 보니 사망 사고 수가 줄어들긴 했지만 사망사고율은 오히려 늘었다는 얘기다.
사망사고 내용도 여전히 참담하다. 42%는 5~49인 사업장에서 난 사고로 사망한 노동자였으며 현장에서 떨어져서 사망하는 ‘추락사’가 347명으로 40.6%나 차지했다. 전체 산업재해 사망 사고의 상당수가 ‘소규모 건설 현장에서 안전 미비로 발생하는 사망 사고’로 정리되는 셈이다.
문 대통령도 이날 “건설 현장 사망사고 중 60%가 추락사이고 75%가 중소 건설현장에서 일어난다”면서 “대규모 건설 현장보다 안전 관리가 소홀하고 안전설비 투자가 미흡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의 산재 사망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라는 불명예도 안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번 기회에 정부는 건설현장 사망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이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갖길 바란다”면서 산업안전 감독 인원 확충, 건설현장 안전감독 전담 조직 구성을 통한 중소 규모 건설현장 밀착 관리 등을 지시했다.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국회에서 쟁점으로 부상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정의당과 노동계는 재해를 일으킨 기업에 대한 처벌을 뼈대로 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여당은 해당 기업에 과징금을 부과하는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개정안’에 중점을 두고 이번 국회에서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