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추상 조각의 개척자 최만린 조각가가 17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5세.
고인은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조소과를 졸업했으며, 미국 프랫인스티튜트에서 수학했다.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교수와 학장,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을 역임했다.
한국에서 미술교육을 받은 1세대 조각가로서 동양철학의 근원적 속성을 추상의 형태에 담은 작품세계를 통해 한국 추상 조각의 개척자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1958년 한국전쟁의 상흔을 ‘이브’라는 인류의 대명사를 빌려 표현한 ‘이브’연작을 통해 명성을 얻었으며, 1960년대부터 ‘천’, ‘지’, ‘현’ 시리즈와 ‘일월’ 시리즈 등 서예의 필법과 동양 철학이 모티프가 된 작품을 비롯하여 생명의 보편적 의미와 근원의 형태를 탐구하는 ‘태’ ‘맥’, ‘0’시리즈 등을 발표하며 최근까지 활발한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 삼성미술관(2001), 국립현대미술관(2014)에서의 대규모 회고전을 비롯하여 파리비엔날레(1967), 상파울루비엔날레(1960) 등 주요 단체전에 초대된 바 있다. 2007년 대한민국미술인대상, 2012년 대한민국예술원상, 2014년 대한민국 은관문화훈장을 수상했다. 지난해 서울 성북구에서 고인의 아틀리에 겸 자택을 매입해 성북구립 최만린 미술관으로 조성했다.
유족으로 부인인 성우 겸 배우 김소원씨, 자녀인 계원예술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최아사씨, 연극배우 최아란씨가 있다. 빈소는 여의도 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발인은 19일 오전 8시.
손영옥 미술·문화재전문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