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GI “혈세로 조원태 경영권 방어가 본질” 비판 강도 높여

입력 2020-11-17 13:57 수정 2020-11-17 14:47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일가와 경영권 분쟁 중인 ‘3자 주주연합’의 주축인 사모펀드 KCGI(강성부 펀드)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전과 관련해 “국민 혈세를 활용한 조 회장의 경영권 방어가 숨겨진 본질”이라며 비판의 공세를 높였다. KCGI는 조 회장 외에 모두가 피해자라는 표현까지 내세웠다.

KCGI는 17일 ‘조원태 회장 외 모두가 피해자입니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조 회장의 무자본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산업은행의 자금 선집행이란 유례없는 지원이 한진칼 경영권 방어와 함께 조 회장을 세계 7대 항공그룹 회장으로 만드는 것이라는 게 KCGI 주장의 핵심이다.

KCGI는 반도건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등과 연대한 ‘3자 주주연합’을 구성해 조 회장 측과 경영권 확보를 두고 대립해 왔다. 현재 KCGI 등 주주연합의 우호 지분율은 46.7%, 조 회장 측 우호 지분율은 41.4% 수준이다. 조 회장 개인 보유 지분율은 6.52%다.

KCGI는 “조 회장이 한진칼의 지분 6%만을 가지고 단 1원의 출자도 없이 산은을 통한 막대한 혈세 투입과 KCGI 주주연합 등 한진칼의 다른 주주들의 희생하에 자신의 경영권을 공고히 지키려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산은 경영진은 조 회장의 우호 지분으로 나서는 대가로 아시아나항공의 매각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항공산업의 통합은 합리적인 절차와 방식, 가치 산정으로 이해관계자와 국민의 공감을 거쳐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KCGI는 또 산은의 자금 조달과 선집행에 문제가 있다고도 지적했다. KCGI는 “(한진그룹이) 발표한 자금조달 금액은 보유하고 있는 빌딩 한두 개만 매각하거나 기존 주주의 증자로도 충분히 조달할 수 있다”며 “굳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와 교환사채 인수라는 왜곡된 구조를 동원하는 것은 조 회장의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고 했다.

KCGI는 아울러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은 부실 떠넘기기식의 졸속 매각이라며 주주 권익이 침해되고 있다고도 강조했다. KCGI는 “기존의 우선협상대상자도 확인하지 못한 추가 부실을 예상할 수 없는 상태에서 부채 12조원과 자본잠식 상태의 아시아나항공을 실사 등의 절차와 충분한 논의를 무시한 채 한진그룹이 전격 인수하는 것은 지분 6% 주주인 조 회장이 국민 혈세를 통해 10%의 우호 지분을 추가 확보하는 결과만 낳을 뿐”이라며 “다수의 다른 주주를 희생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반면 대한항공 내 최대 규모 노조인 대한항공노동조합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대해 “항공업 노동자의 절대 고용안정을 전제로 한 이번 인수 결정을 존중한다”고 이날 밝혔다. 조종사를 제외한 직원 약 1만2000명이 속한 대한항공 노조가 인수 찬성 입장을 보인 것이다.

대한항공노조는 “이번 인수가 국가기간산업인 항공운송산업의 경쟁력을 키우고 국적 항공사의 지속적인 성장과 존재가치를 확고히 하기 위한 결정임을 충분히 공감한다”며 “항공업 노동자의 고용유지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평가했다.

대한항공노조는 또 3자 주주연합에 대해서도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대한항공노조는 “항공업 노동자들의 최우선 과제는 채권자와 주주 권익 보호가 아닌 고용안정”이라며 “(3자 연합의) 간섭은 분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3자 연합에 엄중히 경고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고용안정을 해치는 어떠한 행위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를 지키지 않으면 노조는 어떠한 투쟁도 불사할 것임을 선언한다”고 강조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