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보호구역에서 화물차가 네 모녀를 덮쳐 한 명이 사망하고 두 명이 크게 다치는 참사가 발생했다. 올해 초 같은 자리에서 7살 아이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치이는 사고가 발생했는데도 신호등을 설치하지 않아 예고된 인재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광주 북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5분쯤 북구 운암동 한 아파트단지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50대 운전자 A씨가 운전하던 5t 트럭이 횡단보도를 건너던 보행자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유모차에 타고 있던 만 2세 여아가 사망하고 여아의 언니와 30대 어머니가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영아인 막내딸은 사고 과정에서 유모차가 튕겨 나가 기적적으로 목숨을 구했다.
이들은 어린이집에 등교하려고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를 건너다 참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량 정체로 횡단보도 바로 앞에 정차해 있던 A씨는 정체가 풀리자 이 가족을 발견하지 못하고 차량을 출발하면서 사고를 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교통사고를 낸 만큼 민식이법(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치사상)을 적용해 A씨를 입건하고 정확한 경위 등을 조사 중이다.
이날 현장에는 올 초 같은 자리에서 사고를 당한 B군(7)과 B군 할아버지도 함께 있었다. B군은 지난 5월 28일 길을 건너다 SUV에 치여 머리를 심하게 다쳤다. 이후 5개월간 병원 신세를 지던 B군은 회복해 처음 등교길에서 또다시 사고를 목격한 것이다.
B군 사고 이후 주민들은 횡단보도 설치와 신호등 신설, 주정차 위반 단속카메라 설치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인근 교차로에 신호등이 있다는 이유로 사고 지역에 횡단보도만 설치됐다. 신호등이 설치됐다면 이번 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당 아파트단지 주민은 “이곳 말고 다른 아파트단지 도로에서도 사고가 발생하는 등 사고가 연이어 나 주민 모두 불안해하고 있다”며 “어린이 보호구역에 주정차 차량이 많아 사고 위험이 상존함에도 추가 대책이 없어 막막하다”고 말했다.
이홍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