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의 기술탈취를 막기 위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 비밀유지계약 의무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 등 실질적으로 중소기업 기술탈취가 근절될 수 있는 방안들이 포함된 법 개정이 이뤄지면서 법 제도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중소벤처기업부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상생협력법) 일부개정법률안이 17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상생협력법 개정안은 중소기업 기술탈취를 근절하기 위해 비밀유지계약 의무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 소송에서 입증책임 부담 완화 등이 주요 내용으로 포함됐다. 이번 개정 법률안은 오는 20일쯤 국회로 제출돼 심사될 예정이다.
그간 정부도 중소기업 기술보호를 위해 대책을 마련하고 시행해왔으나 단편적인 법·제도 개선에 머물렀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정부는 2018년 2월 12일 당정협의를 거쳐 중소기업 기술탈취 근절 대책을 발표했고, 대책 시행에 필요한 제도적 기반을 이번 법 개정을 통해 마련하게 됐다.
이번 개정안에는 국내에서 비밀유지계약이 문화화 돼있지 않았던 것을 바로잡고자 비밀유지계약 체결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수탁기업과 위탁기업이 거래 교섭과 거래 단계에서 기술자료를 제공할 경우 비밀유지계약 체결을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만약 비밀유지계약을 체결하지 않을 경우 최대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규정을 신설해 비밀유지계약 체결이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했다.
중기부는 표준비밀유지계약서를 마련해 대·중소기업에 제공하는 등 기업 현장에서 비밀유지계약 체결이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후속 지원도 이어갈 계획이다.
수·위탁거래에서 기술자료를 부당하게 사용·제공하는 행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도입도 이번 개정안에 포함됐다. 기술탈취 관련 법률인 하도급법, 특허법, 부정경쟁방지법, 산업기술보호법 등엔 기술탈취 피해기업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있었으나 상생협력법엔 없었다. 이번 개정안을 계기로 상생협력법에도 3배 이내에서 기술탈취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이 이뤄지게 됐다.
기술자료의 부당한 사용·제공 행위로 인해 수탁기업이 피해를 입은 경우 수탁기업의 입증책임 담을 완화할 수 있는 규정도 마련했다. 그동안엔 전문지식이나 경제적 여건이 열악한 수탁기업이 기술탈취를 입증하는 데 한계를 겪으면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패소하거나 피해보상액이 낮게 산정되는 등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수탁기업이 피해 사실을 주장하면 위탁기업이 직접 구체적 증거자료 등을 제시하도록 했다.
중기부 고문변호사인 최원석 변호사는 “이번 상생협력법 개정으로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중소기업 보유 기술에 대한 탈취행위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게 됐다”며 “또 부당한 기술탈취로 손해를 입은 중소기업은 소송부담 완화와 합리적인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해져 중소기업의 기술을 법·제도적으로 보호할 수 있게 돼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