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부일구는 ‘하늘을 우러러보는(仰, 앙) 가마솥(釜, 부) 모양에 비치는 해 그림자(日晷, 일구)로 때를 아는 시계’ 라는 뜻이다. 이번에 환수된 앙부일구는 18세기에서 19세기 초 사이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며, 지름 24.1㎝, 높이 11.7㎝, 약 4.5㎏의 무게를 지닌 금속제 유물이다. 조선의 우수한 과학 수준을 보여주는 동시에, 정밀한 주조기법, 섬세한 은입사 기법, 다리의 용과 거북 머리 등의 뛰어난 장식요소를 볼 때 고도로 숙련된 장인이 만든 높은 수준의 예술작품임을 알 수 있다. 이와 유사한 크기와 재질의 앙부일구는 국내에 불과 7점만 전하고 있다.
문화재청은 “유교 국가에서 ‘관상수시(觀象授時, 하늘을 관찰하여 백성에게 절기와 시간을 알림)’는 왕의 가장 중요한 임무 중 하나였다”며 “ 앙부일구는 백성을 굽어살피는 애민(愛民) 정신을 담아 만든 조선 최초의 공중(公衆) 시계로, 세종대부터 조선 말까지 제작됐다”고 설명했다. 현대 시각체계와 비교했을 때도 거의 오차가 나지 않으며, 절후(節候, 한 해를 스물넷으로 나눈 기후 표준점), 방위(方位), 일몰 시간, 방향 등을 알 수 있는 체계적이고 정밀한 과학기기다.
환수한 앙부일구는 18일부터 12월 20일까지 국립고궁박물관 내 과학문화실에서 일반에 특별 공개된다.
손영옥 미술·문화재전문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