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파트 못살 바엔 빌라라도”…거래량 추월 굳어져

입력 2020-11-17 09:32 수정 2020-11-17 10:51

수도권 전세 대란이 악화일로를 걷는 가운데 서울 빌라(다세대·연립주택) 거래량의 아파트 추월 흐름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아파트 가격 급등과 전세 매물 잠김 현상에 무주택자들이 빌라 매수로 마음을 바꾸면서 거래 역전현상이 더욱 두드러진 것으로 보인다.

17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10월 다세대·연립주택 거래량은 3945건으로 아파트(3467건)보다 478건 많다. 신고 기간이 2주가량 남아 격차는 더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통상적으로 아파트는 빌라보다 선호도가 높아 거래량이 더 많은데 역전이 일어난 것이다.

이런 흐름은 두 달여 전부터 나타났다. 올해 들어 줄곧 빌라를 압도하던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 4월 한 차례 역전당해 1055건 뒤졌지만 6월 1만5616건으로 고점을 찍었다. 그러다 8월 들어 격차가 점점 줄더니 9월 빌라 거래량이 4005건으로 아파트(3770건)를 6.2% 넘어섰다.


6·17, 7·10 대책 등 연이은 규제와 가격 급등에 대한 부담감이 아파트 거래 절벽으로 이어져 역전현상을 부른 것으로 풀이된다. 6·17 대책으로 서울 3억원 이상 아파트를 사면 전세대출을 받을 수 없지만 빌라 등 주택은 규제가 없다. 임대사업자 세제 혜택도 아파트는 폐지됐지만 빌라 등은 그대로 유지됐다. 여기에 임대차 3법 여파로 전셋값이 줄줄이 오르며 전세난이 심화된 것도 빌라로 눈을 돌리게 했다. 빌라도 아파트처럼 집값이 오를 것이란 기대감마저 반영됐다.

실제 수요가 늘자 빌라 매매가는 오르고 있다. KB부동산 조사에 따르면 10월 서울 다세대·연립주택 매매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1.2포인트 올라 2018년 9월(1.4포인트) 이후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10월 서울 전체 다세대·연립주택의 중간값인 중위매매가격도 2억7383만원으로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08년 12월 이래 최고를 기록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