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이상 정치권과 해당 지역을 뜨겁게 달궜던 동남권 신공항 건설 문제가 17일 또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박근혜정부에서 이미 결론 냈던 김해공항을 확장해 이용하는 방안인 ‘김해신공항 기본계획’에 대한 검증 결과를 이날 발표한다.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는 17일 오후 2시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김해신공항 기본계획 검증 결과를 발표한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로 김해신공항 기본계획에 대한 재검증을 진행한 지 1년8개월여 만이다.
문 대통령은 박근혜정부에서 프랑스 용역 업체의 검증 결과를 토대로 동남권 신공항 추진 사업의 백지화와 함께 김해공항을 확장 운영하는 방향으로 결론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부산과 울산, 경남, 대구 경북 등 광역 단체장 간 유치 경쟁이 수그러들지 않자 지난해 2월 총리실 산하 검증 기구를 마련, 기존 결론에 타당성 여부를 검증하라고 지시했었다.
지난해 12월 총리실 산하에 김해신공항검증위원회를 꾸리고 김해신공항의 안전, 소음, 환경, 시설 등 4개 분야 14개 쟁점을 검증해왔다. 김수삼 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위원회는 비행 안전성을 확보하는 데 막대한 예산의 투입이 불가피하다는 문제,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하고도 원하는 만큼의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 등 2가지 현실적인 문제를 이유로 김해신공항 기본계획의 추진이 부적절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검증위는 ‘장애물을 절취할 경우 국토교통부가 해당 지방자치단체(부산시)와 협의해야 한다’는 공항시설법 34조에 근거한 법제처의 유권해석을 수용하는 형태로 김해신공항 기본계획의 폐지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장애물 절취’란 김해공항 활주로를 이용해 비행기가 뜨고 내릴 때 안전을 위협하는 ‘돛대산’을 인위적으로 깎아내는 것을 말한다.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 주도로 실시한 2016년 검증 당시 장애물 절취 작업에만 4조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됐지만 4년이 흐른 현재 7조원에 가까운 예산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됐다. 문제는 그렇게 산을 깎아도 항공학적인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매번 조종사의 계기 비행을 통한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며 증설하는 활주로의 절반 밖에는 이용을 못 하는 경제성 문제도 발생한다. 이 때문에 ‘반쪽짜리 신공항’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러나 국토부는 이전 정부에서 자신들이 내린 결론을 뒤집는 모순적인 선택을 할 수 없다는 이유로 김해신공항 계획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최근 ‘(신공항 건설 시) 장애물 절취와 관련해 해당 지방자치단체(부산시)와 협의해야 한다’고 내린 법제처 유권해석 결과를 수용하는 입장으로 선회, 결론이 뒤집힌 분위기다.
특히 부산시가 김해신공항 대신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강력히 주장하는 만큼 사실상 김해공항은 백지화 수순을 밟고 가덕도 신공항에 힘이 실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정세균 총리는 지난달 16일 제41주년 부마민주항쟁 기념식에서 동남권 신공항 문제와 관련해 “부산, 울산, 경남 800만 시·도민들의 간절한 여망이 외면받지 않도록, 마지막까지 최선의 역할을 다하여 잘 마무리 짓겠다”고 밝혀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힘을 실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일 “정부가 미래를 내다보고 (부산·울산·경남이) 관문 공항다운 관문 공항을 가질 수 있도록 선택하길 바란다”며 가덕도 신공항을 지지하는 취지의 공개 발언을 했었다. 이 대표는 지난 4일 부산항 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부산·울산·경남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여러분의 간절한 요구 그대로 부·울·경의 희망 고문을 빨리 끝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가덕도 신공항 문제가) 부·울·경 시·도민 여러분의 염원에 맞게 실현되도록 앞으로도 계속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야권에서는 내년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염두에 둔 ‘맞춤형 결론’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어 추후 선거 국면에서 쟁점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정부와 여당은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고려해 4년을 끌어온 국책사업을 번복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앞서 동남권 신공항은 2002년 김대중정부 말 추후 김해공항의 포화 상태에 대비해 확장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을 시작으로 노무현정부 때 두 번, 이명박정부 때 두 번, 박근혜정부 때 한 번 등 연구 용역만 총 6차례를 진행했다. 이번까지 포함하면 정부 차원의 용역 및 검증 작업은 총 일곱 번째다. 정 총리는 이날 오후 브리핑 종료 후 검증위 보고서를 전달받은 뒤, 김해신공항 검증 후속 관계장관 회의를 주재한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