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 탈퇴자 “신도들에게 이만희 말은 하나님 말”

입력 2020-11-16 21:30
감염병예방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됐다가 최근 건강 악화 등을 이유로 보석 석방된 신천지 이만희 총회장이 16일 오후 재판 출석을 위해 경기도 수원지방법원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천지증거장막(신천지)에 14년간 몸담았던 신도가 이만희(89) 총회장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신천지에 세뇌된 신도들은 이만희를 하나님과 똑같이 생각한다”고 밝혔다.

수원지법 형사11부(김미경 부장판사) 심리로 16일 열린 이 총회장의 11차 공판에서 신천지 유관단체인 하늘문화세계평화광복(HWPL)의 전 사무총장 A씨는 신천지 내부에서 이 총회장의 권위를 묻는 검찰 측 질문에 “이만희의 말은 하나님의 말과 같다”고 말했다.

A씨는 2003년~2017년 신천지 신도로 활동했으며 2013년부터 탈퇴하기 전까지는 HWPL 사무총장을 맡았다. 그는 이 총회장과의 대면을 거부해 법원 내 별도의 증언실에서 비디오 중계 장치를 통해 증인신문에 임했다.

A씨는 신천지의 포교 활동에 대해 “섭외 과정을 거쳐 복음방에 데려온 이들을 1대1로 공부하게 만든다”며 “6~8개월의 과정을 거치면 처음에는 신천지에 대해 경계했던 사람도 세뇌로 인해 교리를 받아들이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신천지 내 모든 사안은 이만희에게 보고하게 돼 있으며, 그의 지시 없이 이뤄지는 것은 하나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그간 신천지 관계자들이 재판에 나와 이 총회장의 각종 혐의와 관련해 “별도의 보고나 지시는 없었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앞서 8월 구속됐다가 지난 12일 법원의 보석 허가로 구치소에서 석방된 이 총회장은 이날 불구속 상태로 법정에 출석했다. 양복 차림에 털모자, 마스크를 쓰고 다리에 담요를 덮은 이 총회장은 신천지 관계자의 도움을 받아 휠체어를 탄 채 재판 시작 20여분 전 법원에 들어섰다. 내내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현재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점을 항상 생각하고, 외부에서 재판과 관련한 언동을 각별히 조심해달라”며 “특히 종교활동에 이 재판이 이용되는 일이 없도록 주의해달라”고 당부했다.

이 총회장은 신천지를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하던 지난 2월 신천지 간부들과 공모해 방역 당국에 신도 명단과 집회 장소를 축소해 보고한 혐의(감염병예방법 위반 및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로 구속기소 됐다.

또, 신천지 연수원인 평화의 궁전을 신축하는 과정에서 50억여원의 교회 자금을 가져다 쓰는 등 56억원을 횡령(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하고,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지방자치단체의 승인 없이 해당 지자체의 공공시설에서 종교행사를 연 혐의(업무방해)도 받고 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