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등 일부 권역이 사회적 거리두기 1.5단계 기준을 이미 넘겼거나 충족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정부는 16일에도 격상 결정을 내놓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정부 대처가 한 박자씩 늦는다”며 조속한 결단을 촉구했다.
이날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8일부터 14일까지 일주일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하루 평균 국내 발생 확진자 수는 122.4명으로 집계돼 직전 주 대비 33.7명 늘었다. 이날부터 최근 일주일로 한정했을 땐 144.1명이나 된다.
권역별로는 수도권과 강원도의 상황이 심각하다. 최근 일주일 간 수도권의 일평균 확진자 수는 99.4명으로 거리두기 1.5단계 격상 기준인 100명에 육박했다. 강원도는 지난 14일부터 사흘 연속으로 기준(10명)을 초과했다.
방역 전문가들은 정부가 지나치게 신중하게 접근하다가 적기를 놓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수도권의 상황 악화는 전국적 유행으로 번질 수 있다”며 “지난 주말에 격상 조치가 나와야 했다”고 말했다.
다가올 ‘방역 악재’를 앞두고 하루하루가 아쉽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엄중식 가천의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거리두기가 효과를 보려면 보통 2, 3주 가량 걸리는데 곧 대학수학능력시험과 연말연시”라며 “최소한 기준을 이미 초과했거나 초과할 것으로 확실시되는 권역은 격상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날도 격상 조치는 나오지 않았다. 정은경 방대본 본부장은 정례 브리핑에서 “수도권의 경우는 어제 예비 경보를 발령했고, 강원도도 격상 여부를 두고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하고 있다”며 “(집단감염이) 일부 지역에 집중적으로 분포하고 있어 해당 지역 인근만 격상할지 권역 전체를 격상할지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거리두기 강화를 미룬 방역당국은 ‘자발적 협력’에 대한 당부를 이어갔다. 각종 모임을 비대면화하거나 식사·음주를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 본부장은 “실내활동이 늘어나고 연말연시 모임·행사 등 타인과의 접촉이 많아지는 시기”라며 “전국적인 대규모 확산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날 신규 확진자는 동아리와 가족모임, 식당 등 다양한 일상적 상황에서 발생했다. 경기도 수원대 미술대학원·동아리와 관련해 이날 정오까지 14명의 누적 확진자가 발생했다. 경북에서는 청송의 가족모임에서 시작된 집단감염이 경산과 청도, 영천 등지로 번져 관련 확진자가 총 19명으로 늘었다. 충북 음성의 벧엘기도원과 관련해서도 10명의 확진자가 나왔고, 전남 순천의 음식점에서는 6명의 누적 확진자가 나왔다.
기존 감염 여파도 잦아들지 않았다. 지난 14일 이후로 서울 동작구 카페와 관련해 5명, 강서구 병원과 관련해 7명이 추가 확진됐다.
한편 올해 인플루엔자(독감) 환자는 예년보다 적지만 점차 증가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38도 이상의 발열과 기침, 인후통 등을 보이는 독감 의사환자는 지난 1일부터 7일까지 외래환자 1000명당 3.1명 수준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7.0명보단 적지만 직전 1주의 1.9명보다는 늘어난 수치다. 정 본부장은 “아직 예방접종을 받지 않았다면 11월 말까지 접종을 마쳐달라”고 당부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