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 대장주인 삼성전자가 5% 가까이 급등하며 2거래일 연속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코스피지수는 외국인의 ‘사자’ 행진에 힘입어 2년 반만에 2500선을 돌파했다.
16일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4.91% 오른 6만6300원에 장을 마쳤다. 지난 13일 역대 최고가(6만3200원)를 다시 넘긴 것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395조5966억원을 기록해 400조원에 가까워졌다. 삼성전자 시총이 코스피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이날 기준 22.71%에 달한다.
삼성전자 주가 상승의 주된 요인으로 반도체 업황 회복과 외국인의 대량 매수가 꼽힌다. 업계에선 올해 하락한 반도체 가격이 4분기에 최저치를 찍은 이후 내년 1분기부터 상승 전환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D램 업황이 ‘턴어라운드(상황 개선)’하는 와중에 삼성전자는 반도체를 생산하는 파운드리 시설 투자 확대 여력과 의지를 갖고 있다”고 진단했다.
외국인 투자자의 삼성전자 순매수 행렬도 영향을 끼쳤다. 이달 들어 외국인은 삼성전자 주식을 1조7200억원 가량 사들였다. 이달 외국인의 코스피 순매수 종목 1위이기도 하다. 같은 기간 외국인 순매수 2위인 LG화학(약 7700억원)의 2배를 훌쩍 넘는 규모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그룹의 배당 확대 기대감, 신흥국 자금 유입에 따른 외국인의 대량 매수 경향 등이 주가 상승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코스피 시총 2위이자 또 다른 반도체 대장주인 SK하이닉스 역시 9개월 만에 최고가를 기록했다. SK하이닉스는 전 거래일보다 9.25% 급등한 9만8000원에 마감했다. 지난 2월25일(9만8000원) 이후 최고 가격이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49.16포인트(1.97%) 상승한 2543.03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2018년 5월 2일(2505.61) 이후 처음으로 2500선을 넘어섰고 같은 해 2월 1일(2563.54)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코스피는 코로나19 백신 개발 기대감, 미국 대선 불확실성 해소 등으로 이달 들어서만 11% 가량 상승했다.
특히 원화 강세로 국내 주식 투자가 유리해지면서, 외국인의 ‘사자’가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달 들어 코스피에서 4조7400억원 가량을 순매수했다. 반면 개인은 5조4500억원을 순매도했다. ‘원화 강세→외국인 매수세 증가→원화 상승’의 순환은 이달 들어 두드러지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6.3원 내린 1109.3원에 마감하며 1100원대에 들어섰다. 환율이 종가 기준 1100원대를 기록한 건 2018년 12월 4일(1105.3원) 이후 약 2년 만이다.
증권가에선 연말까지 국내 증시 상승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내년 전 세계적으로 기업 이익 증가가 확실시되고 있고, 특히 한국은 수출 회복에 힘입어 이익 상향 조정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낙관하기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박옥희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연말 랠리’를 결정할 변수는 코로나19 재확산 상황과 백신 개발 성공 여부”라며 “미 대선 이후 증시에 긍정적인 요소만 과도하게 반영된 게 아닌지 우려된다”고 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