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 앱 만들고 책 쓰고…혜민, 안거수행은 12년간 전무

입력 2020-11-16 17:54 수정 2020-11-16 17:55
승려 '혜민' 인스타그램

부동산 소유 논란 끝에 활동 중단을 선언한 승려 혜민(47)이 정식으로 조계종 승려가 된 2008년 이후 한국 불교의 대표적인 수행법인 ‘안거(安居)’ 수행에 참여한 기록이 전무한 것으로 파악됐다.

16일 불교계에 따르면 미국 국적자인 혜민은 1990년대 후반 미국 불광선원의 주지인 휘광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2000년 해인사에서 사미계를 받아 예비 승려가 됐고, 2008년 직지사에서 비구계를 받아 조계종 승려가 됐다.

혜민은 조계종 승려가 된 후 명상을 매개로 활발한 대외활동을 펼쳐왔다. 2012년에는 명상 에세이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을 출간해 대중에게 이름을 알렸다. 현재 서울과 부산에서 마음치유학교를 운영 중이기도 하다. 이 학교의 대표적인 프로그램 중 하나가 ‘명상을 통한 치유’다. 최근 영국 미코노미스트지(紙) 한국 특파원 출신인 다니엘 튜터와 명상 앱 ‘코끼리’를 출시하는 등 IT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그러나 매년 전국 100여개 선원과 사찰에서 열리는 안거 수행에 전력한 흔적은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불교계 관계자는 “스님은 통상 석 달간의 안거를 마치면 언제 어디서 안거를 했다고 승적부에 올리지만 혜민이 안거를 성만(成滿)했다는 기록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연합뉴스에 밝혔다.

참선을 중요한 수행방식으로 여기는 국내 불교계에서는 안거에 몇 차례 참여했는지가 승려의 수행 정도를 가늠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안거는 승려가 각각 여름과 겨울철에 석 달간 외부 출입을 끊고 참선 수행에 정진하는 것을 말한다. 수행이 깊은 스님을 소개할 때 성만한 안거 횟수가 몇회인지를 언급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약 1만3000명의 조계종 소속 승려 중 한해 안거에 참여하는 인원은 연간 4000여명에 달한다.

혜민은 조계종 특별 수도원인 경북 문경의 봉암사에서 한 달 안팎의 산철 수행에 몇 차례 들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산철은 안거가 아닌 시기를 뜻한다. 산철 수행, 가을 안거라고 표현하기도 하지만, 조계종은 산철 수행을 공식 안거로 인정하지 않는다.

혜민은 지난 7일 tvN 예능 프로그램 ‘온앤오프’에서 남산뷰를 자랑하는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단독주택을 공개한 뒤 부동산 소유 논란에 휩싸였다. 이후 15일 ‘푸른 눈의 수행자’로 불리는 승려 현각이 혜민을 겨냥해 “석가모니의 가르침을 모르는 도둑놈일 뿐” “단지 사업자이자 배우이며 진정한 참선의 경험이 전혀 없다” 등의 SNS 글로 비판하자, 혜민은 “대중 선원으로 돌아가 부처님 말씀을 다시 공부하고 수행 기도 정진하겠다”며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