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가 베타랑 우완 투수 윤성환(39)을 방출했다. 윤성환이 한 국내 매체에서 거액의 도박을 한 혐의로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다.
삼성 구단은 16일 오전 윤성환에게 방출 통보를 한 뒤 “윤성환을 자유계약선수로 방출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그의 올 시즌 성적은 2패 평균자책점 5.79으로 부진했기 때문에 방출설이 일부 흘러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2004년 삼성에 입단해 계속해서 한팀에서 뛰었던 그로서는 “선수생활을 더 못하더라도 삼성에서 은퇴하고 싶었다”는 입장이었다.
윤성환은 통산 135승을 기록한 삼성의 프랜차이즈 스타였다. 2011∼2014년 4시즌 동안 팀의 정규시즌·한국시리즈 통합우승을 이끌기도 했다. 장원삼(현 롯데)·배영수(은퇴)·차우찬(현 LG) 등과 삼성 왕조의 선발진을 구성한 주역이었다. 구단 영구결번이나 은퇴식이 거론될 정도의 큰 발자취를 남겼다.
윤성환은 올해 8월 21일 SK 와이번스전에 등판한 뒤 1군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이후 2군으로 내려간 윤성환은 9월에 구단 관계자와의 면담에서 “다음 시즌 계약하지 않기로 했다. 은퇴 혹은 자유계약선수(FA)로 풀어주는 등 선수가 원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리겠다”는 말을 들었다. 윤성환은 시즌이 마무리되자마자 구단의 연락을 피해 잠적 했다는 소문이 났다.
그런 그에게 도박이 또 한번 발목을 잡았다. 한 국내 매체는 ’삼성 라이온즈 30대 프랜차이즈 선수 A가 거액의 도박을 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윤성환을 겨냥한 기사였다. 윤성환은 연합뉴스를 통해 “채무가 있는 건 맞지만, 도박과는 무관하다. 조직 폭력배와 연루됐다는 건 더더욱 사실이 아니다”라며 “오히려 내가 도박과 전혀 무관하다는 걸 경찰 조사에서 밝혔으면 좋겠다. 사실이 아닌 소문이 사실처럼 퍼지는 것 같아서 답답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성환은 잠적설에 대해서도 “9월에 삼성 구단 관계자가 '우리는 윤성환 선수와 2021시즌에 계약할 수 없다. 은퇴하거나, 자유계약선수(FA)로 풀어주는 등 선수가 원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리겠다'고 말했다”고 전하며 “정말 서운했다. 나는 삼성에서만 뛰었고, 우승도 여러 차례 했다. 은퇴는 삼성에서 하고 싶었다. 나는 ‘한 팀에서 오래 뛴 선수를 구단이 예우하지 않는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그에게 도박 연루설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윤성환은 2015년 10월 마카오 해외 원정 도박과 국내 인터넷 도박 혐의(상습도박)로 그해 열린 한국시리즈를 뛰지 못했다. 긴 수사 끝에 2016년 8월 검찰은 해외 원정 도박에 대해서는 참고인 중지 처분을, 국내 인터넷 도박에 대해서는 혐의없음으로 결론 내렸다. 원정 도박의 사건 관계자들의 소재 불명으로 수사를 종결할 수 없다는 의미로 도박 혐의를 완전히 벗었던 것은 아니었다. 이 때문에 윤성환은 KBO리그 퇴출을 피했지만, ‘도박’이라는 단어가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