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재선에 실패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퇴임 후 최악의 법적·재정적 난관에 부딪힐 것으로 보인다.
15일(현지시간)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일가가 소유한 트럼프 그룹은 수십년 만에 최악의 경영난에 직면해 있다. 그룹이 진 4억달러(약 4500억원)가 넘는 빚의 만기 상환일이 다가오고 있지만 그룹의 수익률과 해외 사업 확장은 전망이 어둡다는 설명이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그룹이 향후 몇 년 안에 상환해야 할 채무 규모는 4억달러가 넘는다. 고층 건물과 골프장 등 부동산 개발 사업에 나서며 얻은 부채다. 이 중 일부는 트럼프 대통령 개인이 보증을 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이 올해 초 미국을 강타하며 트럼프 그룹 소유 부동산의 자산 가치는 급락했다. 특히 미국에서 가장 심각한 타격을 입은 지역 중 하나인 뉴욕 맨해튼에는 트럼프 그룹의 부동산이 몰려있다. 트럼프 그룹 본부가 있는 뉴욕 트럼프타워도 2017년 집권 이후 공실률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더해 골프 리조트와 호텔 사업도 코로나19로 인한 여행 감소와 경기 침체로 부진한 상황이다.
재선에 실패함에 따라 공화당이 트럼프 그룹에 지출해온 돈도 더는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공화당은 2015년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후 5년간 2300만달러(약 254억원)을 트럼프타워와 트럼프호텔 등에 지출해왔다. 2010~2015년 기간 지출한 20만달러(약 2억2000만원)와 비교하면 100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트럼프 그룹은 표면적으로는 해외 사업 판로를 개척해 자금줄을 확보하겠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그룹은 “우리가 국제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고자 결심한다면 아무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며 “해외 사업을 다시 확대하는 데는 자신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반중 정책으로 트럼프 그룹이 중국에서 사업을 확장할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다.
트럼프 그룹은 유럽에서 트럼프라는 이름을 사용할 수 있는지를 두고 유럽연합(EU) 27개국을 대상으로 벌인 소송에서도 최근 수차례 패소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견지해온 강경한 보호무역 정책과 미국 제일주의도 그의 해외 사업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WSJ는 트럼프 그룹이 이 같은 재정난을 타개하기 위해 그룹의 핵심 자산을 다수 매각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그룹 소유의 워싱턴 호텔과 뉴욕의 고층빌딩 두 곳은 이미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일부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샌프란시스코 소재 빌딩 한 곳과 뉴욕 베드포드의 ‘트럼프세븐스프링스’도 매각 대상에 올라있다.
사법 당국도 퇴임 후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해 수사망을 좁혀오고 있다. 현재 사이러스 밴스 지검장이 이끄는 맨해튼 지검은 트럼프 대통령을 재무기록 위조와 탈세 등 혐의로 수사 중에 있다. 레티샤 제임스 검찰총장이 지휘하는 뉴욕주 검찰도 트럼프 대통령이 대출을 쉽게 받기 위해 자산가치를 거짓으로 부풀렸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WSJ는 “트럼프는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재임 기간이 아닌 취임 전 행동으로 법적 위기를 맞았다”면서 “이번 위기는 그가 다음 해 1월 백악관을 떠난 뒤 맞이할 가장 중대한 상황일 것”이라고 전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