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기다리는 탈세 수사와 4억달러 빚

입력 2020-11-16 17:36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백악관의 백신개발팀인 '초고속 작전팀'의 성과를 설명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은 지난 7일 대선 패배 결정 이후 첫 공개 행사다.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년 1월 퇴임하고 난 뒤 그와 그의 가족 사업이 심각한 법적·재정적 위기에 봉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일(현지시간) ‘트럼프 일가의 사업은 선거 이후 심판에 직면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하며 “트럼프가 내년 1월 퇴임하고 나더라도 뉴욕 검찰의 납세 회피, 세금 탈루 및 사업기록 위조 등에 대한 조사가 지속될 것”이라며 “그의 일가가 소유한 기업 트럼프 그룹은 부동산 대출 만기가 도래하면서 재정 위기를 맞이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매체에 따르면 트럼프 그룹이 현재 지고 있는 부채 중 4억달러가 넘는 빚의 상환 만기일이 다가오는 가운데,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사업이 부진한데다가 사업의 해외 확장도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탈세 등 혐의를 겨냥한 사법당국의 조사도 그의 가족사업을 옥죄어오고 있다.

WSJ에 따르면 트럼프 그룹이 고층 건물, 골프장 등 부동산 개발사업에 나서며 현재까지 진 빚은 4억 달러가 넘으며, 채무 상환일이 향후 몇 년 안에 한꺼번에 도래할 예정이다.

하지만 그룹 소유 건물들이 몰려 있는 뉴욕 맨해튼이 코로나19 사태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이들 자산의 가치가 떨어졌다. 골프리조트와 호텔사업도 여행감소와 경기 침체로 부진한 상황이다.

트럼프 그룹 본부가 있는 뉴욕 트럼프타워의 임대율이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후로 크게 떨어져 왔다는 점은 그룹의 사세 위축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다수 대출기관이 트럼프 대통령과 거래하길 주저하고 있어 추가 대출길도 막혀 있다고 WSJ은 전했다.

이런 재정난을 타개하기 위한 방책으로 사업의 해외 확장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의 강경한 보호무역 정책 때문에 다수 교역국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호감도가 낮아졌고, 이 점이 해외 사업에도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오랫동안 눈 여겨온 중국이 대표적이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타격을 입은 중국에선 사업자들이 트럼프 대통령과 거래하길 꺼릴 수 있다고 WSJ은 분석했다.

신문은 트럼프 그룹이 몸집을 줄이려고 현재 워싱턴 소재 호텔과 뉴욕, 샌프란시스코 소재 고층건물 등 일부 자산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마스크를 쓰고 노스캐롤라이나 주 모리스빌에서 백신을 생산하는 '후지필름 디오신스 바이오테크놀러지스'의 연구소 '바이오프로세스 이노베이션 센터'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

이런 가운데 사법 당국의 범죄혐의 조사는 그룹의 부담을 가중하고 있다.

현재 사이러스 밴스 지검장이 이끄는 맨해튼 지검은 트럼프 대통령이 재무 기록을 위조하고 탈세를 저질렀다고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레티샤 제임스 검찰총장이 이끄는 뉴욕주 검찰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대출을 쉽게 받기 위해 자산가치를 부풀렸다는 의혹을 수사 중이다.

WSJ은 이런 상황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1월 퇴임하면 수십 년 만에 최악의 재정적·법적 어려움에 처한 가족 사업과 맞닥뜨릴 것”이라고 전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