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검·언 유착 의혹’ 사건을 언론에 제보한 지모씨가 증인으로 소환통보를 받았지만 불출석했다. 5번째 불출석이다. 지씨는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법정 증언이 진행되면 출석하겠다’는 내용의 불출석 사유서를 냈다. 검찰은 계속 소환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강제 구인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지씨는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박진환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전 채널A 기자 이동재씨 등의 재판에 불출석했다. 지씨는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번 사건이 이씨 한 사람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으로 결말이 난다면 법정 증언이 어떤 의미가 있나”라고 밝혔다. 이날 재판에는 이씨 편지를 받았던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의 부인이 출석해 “편지를 보고 두려웠다. 남편을 협박한 이유가 궁금하다”고 증언했다.
지씨는 불출석 사유서에서 한 검사장이 수사에 불응하고 증거 제공에 협조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한 검사장은 압수된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제공하지 않았지만 검찰 압수수색에는 모두 응한 상태다. 현재 재판에서 한 검사장에 대한 증인 신문은 고려되지 않고 있다. 검찰 수사에서 한 검사장과 이씨가 유착한 공모관계가 입증되지 않았고, 이씨의 공소장에도 관련 내용이 등장하지 않아서다.
지씨는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에서 채널A에 대한 업무방해 및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의 신라젠 투자 의혹을 허위로 제보한 혐의 등으로도 수사를 받고 있다. 검찰은 관련 수사를 상당 부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씨는 지난 6월 채널A 사건과 관련해 검찰의 소환 요청을 받자 페이스북에 호프집 사진을 올리며 “여기로 오면 현장체포 가능하다”는 조롱성 글을 올리기도 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 재직 당시 사건을 수사했던 정진웅 광주지검 차장검사도 이날 재판에 불출석했다. 정 차장검사는 앞서 수사 과정에서 한 검사장을 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정 차장검사를 기소한 서울고검 명점식 감찰부장은 이날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동료 검사를 기소하는 게 마음 아프고 부담스러웠지만 기소가 불가피했다”는 글을 올렸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