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기로 하면서 국내 대형항공사(FSC) 시장은 30여년 만에 양강 체제의 막을 내리고 단일 체제로 재편된다. 세계 7위의 초대형 항공사가 탄생한다는 기대와 두 항공사 모두 부실해지는 ‘승자의 저주’를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동시에 나온다. 시장 독점으로 티켓 값이 오르고 서비스 질이 떨어질 거란 부정적인 전망도 적지 않다. 정부의 적절한 지원과 효과적인 독과점 폐해 방지책 마련 여부가 빅딜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봤다.
국토교통부는 16일 관계기관과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 회의를 통해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상도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합병 안은 지난 9월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무산 이후 정상화 방안을 고심하던 중 나온 고육지책”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19 장기화로 정부가 대형항공사 2곳을 별도로 지원하는 부담이 커졌다. 항공업 동반부실을 막기 위해 합병은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인수합병은 산업은행이 연내 한진칼에 8000억원을 지원하면 한진칼이 대한항공의 2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대한항공은 유상증자 대금으로 내년 6월 말까지 아시아나항공에 1조8000억원을 투입해 신주를 취득할 예정이다. 양사 자회사인 저비용항공사(LCC) 3사(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도 단계적으로 통합된다.
업계 안팎에선 기대감과 우려가 공존한다. 정부는 두 항공사가 통합되면 신규 노선, 정비 부문을 공유하는 시너지 효과를 내 ‘규모의 경제’ 이익을 누릴 수 있다고 본다. 독일, 프랑스, 홍콩, 싱가포르 등 주요 선진국도 경제성 측면에서 대형항공사를 1곳만 갖고 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KB금융그룹, 현대·기아차 등 과거에도 동종업계가 부실 기업을 인수해 역량 있는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난 긍정적인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HDC현산이 피한 ‘승자의 독배’를 대한항공이 마시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여전하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6월 말 기준 부채비율이 2291%에 달해 자본잠식률은 56% 수준이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교수는 “정부가 대한항공에 지원키로 한 8000억원으로는 아시아나항공 정상화에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정부가 과도하게 지원하면 특혜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 허 교수는 “대한항공과 산은이 적당한 수준의 지원 규모를 조율할 수 있을 것인지가 빅딜 성사를 좌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쟁 부재에 따른 서비스 질 저하를 방지할 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성공적인 거래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이 등장하기 전 대한항공의 서비스 질은 매우 낮았다”며 시장 독점을 우려했다. 황 교수는 “공정위에서 기업결합 심사를 할 때 운임 상승 방지 장치가 마련돼있는지 여부를 중요하게 봐야 할 것”이라며 “특히 과거 재벌가 갑질 이슈로 한진그룹을 향한 국민 시선이 곱지 않은 점을 고려했을 때 소비자 편익 부분을 신중하게 다뤄야한다”고 말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