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 백신 운송장비 ‘콜드체인’ 주문 폭증… 中업체 풀가동

입력 2020-11-16 16:45 수정 2020-11-16 17:52
지난 5월 미국 메릴랜드주에 있는 메릴랜드대 의과대학에서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 참가자가 미국 제약회사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한 백신 후보물질 'BNT162b2'를 투여받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의 의료용 저온 유통시설 ‘콜드체인’ 장비업체들이 풀 가동에 들어갔다. 미국 제약회사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이 내년 상반기 상용화될 것이라는 기대감 속에 백신 공급 문제가 관건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은 영하 70도에서 보관·운송돼야 한다.

중국 글로벌타임스는 중국 콜드체인 업계 관계자들을 인용해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 3상 임상시험 중간 발표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주문이 급증하고 있다고 16일 전했다. 친유밍 중국물류연맹 사무국장은 글로벌타임스에 “콜드체인 장비에 대한 수요는 늘었지만 아직 생산 능력이 충분하지 않다”며 “미국이 여전히 코로나19 대유행의 한복판에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수요를 충족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메이링 바이오메디컬의 마케팅 책임자 시는 “화이자가 코로나19 백신을 영하 70도에서 보관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이후 이러한 요구 사항이 담긴 주문을 받고 있다”며 “수요를 맞추기 위해 생산을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안후이성에 본사를 둔 이 업체는 극저온 보관·운송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 제약회사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함께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효과가 90% 이상이라는 중간 결과가 발표된 다음날인 지난 10일 서울 중구 한국화이자제약의 모습. 연합뉴스

화이자는 지난 9일 3상 임상시험 참가자 중 코로나19에 감염된 94명을 분석한 결과 자사가 개발 중인 백신이 코로나19 예방에 90% 이상 효과를 나타냈다고 밝혔다. 중간 결과이기는 하지만 90% 이상의 예방 효과는 독감 백신에 비하면 두 배가량 높은 수치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독감 백신이 감염 위험을 40~60% 낮춰준다고 보고 있다. 화이자의 중간 발표는 외부 전문가 패널이 3상 임상시험에 관해 내놓은 것으로 최종 예방 효과 수치는 달라질 수 있다.

화이자는 올해 말까지 최대 2000만명에게 접종할 수 있는 분량 백신을 제조할 수 있다고 밝혔다. 내년에는 13억회 투여분을 생산할 계획이다.

백신 대량 생산 후 안전한 유통을 위해선 콜드체인 기술이 관건으로 꼽힌다. 콜드체인 장비 제작 업계는 진입 장벽이 비교적 높아 기존 업체들이 단기적으로 뛰어들기는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이유로 현재 코로나19 백신 개발에서 앞선 것으로 평가받는 화이자 백신이 보관 및 운송이 비교적 수월한 시노백 등 중국산 백신에 밀릴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시노백 백신이 영하 2~8도에 보관 가능해 상업적 경쟁에서는 우위를 차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화이자 백신은 콜드체인 인프라가 없는 국가에선 유통이 쉽지 않다.

글로벌마켓 인사이트에 따르면 전 세계 의료용 극저온 저장 시장 규모는 2018년 27억4000만달러(3조350억원)에서 2025년 36억4000만달러(4조320억)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