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 롯데 시그니엘 호텔 추락 사고 조사 착수

입력 2020-11-16 16:38
해운대경찰서 제공

부산 해운대구 엘시티 내에 있는 롯데 시그니엘 호텔에서 현수막 설치 작업 중 추락해 숨진 30대 작업자 사건에 대해 고용노동부가 조사에 착수했다.

16일 고용노동부 부산동부지청에 따르면 시그니엘 호텔에서 작업 중 추락해 숨진 작업자 A(39)씨에 대한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근로자가 작업하는 과정에서 책임자들의 안전 감독, 근로자 보호 조치 등을 제대로 이뤄졌는지를 조사할 방침이다.

현재 경찰도 이 사건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앞서 A 씨는 지난달 30일 부산 해운대 시그니엘 호텔 연회장에서 대형 현수막을 설치하는 도중 작업 리프트가 옆으로 넘어지면서 6m 높이에서 떨어졌다. 리프트는 호텔 측에서 제공했다. 사고 직후 A 씨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의식과 자발 호흡이 전혀 없는 상태였다. 지난 12일 뇌사 판정을 받은 A 씨는 장기기증으로 환자 3명에게 새 생명을 주고 결국 세상을 떠났다.

A 씨의 형이자 흉부외과 의사인 B 씨는 호텔 측의 책임을 묻고 있다. 호텔 등 대형 연회장에는 일반적으로 천장에 ‘현수막 걸이’가 설치해 현수막을 안전하게 설치할 수 있도록 하지만, 해당 호텔에는 이런 장치가 없음에도 높은 벽면에 현수막 설치를 요청했다. 이런 상황에 A 씨 포함한 작업자 단 두 명이 6m 높이에서 대형 현수막(가로 7m, 세로 5m)을 설치하는 데도 안전 감독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호텔 측이 유압식 리프트를 제공하면서도 관련 교육이나 지시가 없었다. A 씨는 해당 리프트를 당일 처음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B 씨는 “해당 리프트는 천장 전등 교체에나 쓰는 제품이지 대형 현수막 작업에는 부적합했다”면서 “양쪽에서 동시 작업을 해야 하는 대형 현수막 작업에는 용도에 맞지 않을뿐더러 2명이 작업하는 것은 이미 무리한 작업지시였다”고 강조했다. 특히 연회장은 행사를 위한 테이블 세팅을 해 놓은 상태여서 애초 안전 지지대(아웃트리거) 설치 등 작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하청업체 직원 입장에서는 위험해도 할 수밖에 없는 을의 입장이니 설치를 하려 했을 것”이라고 했다.

해운대경찰서 제공

B 씨는 또 A 씨가 추락해 뇌사상태에 빠졌을 때 호텔 측 관계자들이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방치했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119 구급대가 도착할 때까지 호텔 안전 관리자나 직원이 아무도 없는 상태였다”면서 “사고 당시 현장에는 응급처치할 사람이 없었다”고 했다.

그는 “뇌출혈 및 뇌 손상은 ‘골든타임’이 중요한데 롯데 호텔 측은 대응 매뉴얼도 대응직원도 없는 상태에서 빠른 처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호텔 관련 직원들보다 119 구급대원들이 먼저 도착했다”고 했다. 이어 “가족들이 사과를 요구했으나, 호텔 측 관계자들은 흔한 위로의 말, 사과의 말을 하지 않았다”며 “고용노동부와 경찰 관계자들을 만나 사고에 대한 의견서를 전달했고, 추후 조사 경과를 지켜볼 방침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호텔 측은 제공된 리프트와 관련해 문제없었다는 입장이다. 호텔 측은 “사고 리프트(유압 사다리)는 인근 호텔에서도 주로 사용하는 기종으로, 올해 2월 호텔 오픈 당시 구매한 신제품”이라며 “유압 사다리는 하루 전에 작업의뢰서를 작성해야 쓸 수 있지만, 당일 날 급하게 요청해 제공했다”고 해명했다. 안전관리자도 당일 출근했던 것으로 파악된다고 했다. 호텔 측은 사건 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입장을 밝힌다는 계획이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