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우버…연이어 ‘글로벌 공룡’ 껴안은 SKT

입력 2020-11-16 16:20


SK텔레콤이 이번엔 세계 최대 상거래업체 아마존과 손을 잡았다. 모빌리티 강자인 우버에 이어 아마존과의 ‘초협력’을 통해 이커머스 사업을 키우고, 탈통신 행보를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종합 ICT(정보통신기술) 기업이기도 한 양사가 인공지능(AI)와 미디어 분야에서도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SK텔레콤은 커머스 사업 혁신을 위해 아마존과 지분 참여 약정을 체결했다고 16일 밝혔다. 아마존은 11번가의 기업공개(IPO) 등 사업 성과에 따라 신주인수권리를 부여받게 된다. 구체적인 지분 구조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이번 결과는 국내·해외 사업자를 가리지 않고 초협력을 강조해온 박정호(사진) SK텔레콤 사장과 한국 이커머스 시장 진출을 노려온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의 이해관계가 맞아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아마존은 코로나19 장기화 특수로 3분기 매출 961억5000만달러(약 108조8400억원)를 기록한 거대 상거래 업체다. 온라인 쇼핑이 활발한 국내 시장에도 관심을 보여왔지만 경쟁이 치열해 직접 진출을 고민해왔다. SK텔레콤 역시 네이버 쇼핑, 소셜커머스 업계 등과 각축전을 벌이는 11번가의 사업 방향성을 놓고 고심을 거듭해왔다.

아마존은 11번가 플랫폼을 통해 국내 시장 진출이 가능해졌다. SK텔레콤은 글로벌 업계 최다 품목을 보유한 아마존의 상품을 이르면 내년부터 11번가에서 판매함으로써 ‘글로벌 유통허브 플랫폼’으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아마존을 등에 업고 조만간 IPO를 앞둔 11번가의 기업가치를 키우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커머스 외에도 클라우드, AI, 사물인터넷(IoT) 등 ICT 분야에서 전방위적 협력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동통신 서비스로 기반을 쌓은 SK텔레콤과 글로벌 사업 경험을 갖춘 아마존이 만나 사업 시너지가 발생할 수 있다. 일례로 아마존은 AI 비서 ‘알렉사’를 탑재한 홈스피커로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SK텔레콤 역시 AI 플랫폼 ‘누구’를 운영하고 있어 양사의 데이터 축적 노하우를 결합하는 방식 등이 거론된다.

SK텔레콤이 핵심사업으로 키우는 미디어 분야에도 교집합이 있다. 아마존은 ‘아마존 프라임’, SK텔레콤은 ‘웨이브’라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어 장기적 협력도 기대할 수 있다. SK텔레콤은 “아마존과 커머스 영역을 포함해 다양한 ICT 영역에서 시너지를 창출하며 산업 전반에 큰 활력을 불어넣겠다”고 밝혔다.

박 사장은 2017년 SK텔레콤 사장직에 오른 이후 다양한 업종을 아우르는 협력을 추진해왔다. 모빌리티 합작사를 추진 중인 우버와의 투자 협력이 대표적이다. 우버는 지난 달 SK텔레콤과의 협력에 총 1억5000만 달러(약 1725억원)을 투자하고, 국내 시장에서 택시호출 사업을 본격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