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16개월 영아 위탁가정 “엄마만 학대? 아빠도 했을 것”

입력 2020-11-16 16:19 수정 2020-11-16 17:17
생후 16개월 입양아 학대 치사 혐의를 받는 모친 A씨가 11일 오전 서울 양천구 남부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뒤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생후 16개월 영아가 양부모에게 학대를 당하다 숨진 사건과 관련해 16일 시민단체가 서울 양천경찰서에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경찰이 아동학대 신고를 세 차례나 받고도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규탄하기 위해서다.

사단법인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는 16일 오후 양천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의 부실 수사를 비판했다. 이들은 “양천경찰서는 5월 25일, 6월 29일, 9월 23일 세 차례에 걸쳐 아동학대 신고를 받았으나 용의자인 입양부모의 말만 듣고 사건을 혐의없음으로 종결했다”며 “경찰의 안일한 대응으로 A양이 귀한 생명을 잃었다”고 밝혔다.

협회는 ▲직무유기와 아동학대방조를 한 경찰관 문책 ▲양천서 경찰들에 대한 철저한 아동학대 관련 교육 ▲입양모에 대한 철저한 살인 혐의 여부 조사 ▲입양부의 공범이나 방임 의혹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처벌 등 요구사항 4가지를 항의서한에 담아 양천서에 전달했다.

공혜정 대표는 “어떤 범죄를 용의자 말만 듣고 수사를 종결하느냐. 이 아이가 사망하고 학대가 자행되는 동안 양천서는 뭘 했는가”라며 “양천서는 아동학대 근절에 대한 의지가 있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협회원들은 ‘입양모를 살인죄로 처벌하라’ ‘입양부를 방임학대로 처벌하라’ ‘아동학대 신고 112, 신고해도 조사 안 해’ 등의 피켓을 들었다. 한 회원은 “입양 부모의 끔찍한 학대 행위와 아이의 사망 이후 납득하기 어려운 양부모의 행동에 분노와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말했다.

A양이 입양되기 전 약 9개월간 지냈던 위탁가정의 모녀도 기자회견에 모습을 드러냈다. 어머니 B씨는 “양부, 양모 둘 다 똑같이 강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며 “그런 나쁜 사람들인 줄 몰랐던 것이 통탄스럽다”고 했다. 딸 C씨는 “어떻게 아이를 그렇게 학대하고 아무렇지 않게 생활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양모는 구속됐지만 양부는 방임 혐의가 적용돼 구속조차 되지 않았다. 함께 아이를 키웠는데 양모만 학대를 했겠는가. 같이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A양은 지난달 13일 서울 양천구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에 심정지 상태로 실려 와 치료를 받다가 사망했다. 병원 관계자는 B양의 몸 곳곳에 멍 자국이 있고, 복부에 상처가 있는 것 등을 이상히 여겨 아동학대가 의심된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부검 결과 사인은 ‘외력에 의한 복부 손상’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양모에게 아동학대 치사 등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법원은 지난 11일 “도망과 증거 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양부는 방임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