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우리 정부의 거듭된 대화 제안에 묵묵부답인 북한에 “남북의 시간을 만들자”며 다시 한번 손을 내밀었다.
이 장관은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317차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에서 “우리 정부는 (남북 간) 약속한 것은 반드시 지킨다는 의지와 진정성을 분명히 하고 있다”며 “북한도 통 큰 결단으로 남북의 시간을 만들기 위한 대화와 협력의 길로 나올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밝혔다.
통일부에 따르면 이날 정부는 화살머리고지 현장기념관 조성과 경원선 남측구간 복원사업에 남북협력기금 32억8000여만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이 장관은 의결한 두 안건과 관련해 “우리가 먼저 남북합의 이행이라는 또 하나의 발걸음을 묵묵히, 뚜벅뚜벅 걸어가고자 한다”며 “지난날 남북이 이룩한 합의 정신을 높이기 위해 또 한 발 작은 발걸음을 나아가려 한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그러면서 “얼마 전 미국 대선으로 한반도는 큰 정세의 변곡점에 진입한 걸로 보인다”며 “정부는 이 전환의 시기를 남북 관계를 획기적으로 진척시킬 수 있는 기회의 공간으로 열어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이달 들어 총 3차례 북한에 대화 제의를 했다. 지난 9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미국 대선 이후 한반도 정세 전환기를 남북의 시간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북한이 조속히 대화의 장으로 나설 것을 요청했다. 지난 4일 판문점에서 열린 ‘판문점 견학지원센터’ 개소식에서는 “얼어붙은 남북 관계의 물꼬가 트여지기를 소망한다”며 남북 간 연락채널 복원을 제안하기도 했다. 남북 관계 개선을 통해 북·미 관계 진전까지 노려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우리 정부의 거듭된 대화 제안에 북한은 반응하지 않고 있다. 북한이 지난 6월 국내 탈북민 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 등의 대북 전단 살포를 문제 삼으며 끊어버린 동·서해지구 군 통신선과 통신시험연락선(기계실 시험통신) 현재까지 복구되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북한은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우리 외교안보라인 인사들의 잇단 미국행을 맹비난하며 한동안 자제해온 대남 비난을 재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일각에서는 내년 1월 예정된 8차 노동당 대회에서 대남전략을 발표한 뒤 구체적인 행동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