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6일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차기 대선 출마 가능성에 대해 “검찰개혁 전까진 정치적 욕망이나 야망을 갖지 않을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개혁 마무리의 ‘배수진’을 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장관직을 물러난 이후에는 “알 수 없다”며 출마 여지를 남겼다.
추 장관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서울시장이나 대선 출마할 의향이 없느냐’는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추 장관은 “법무부 장관으로서 오직 검찰개혁의 마음을 가지고 이 자리에 앉아 있다”며 “그 일을 마치기 전까지는 정치적 입장이 없다”고 말했다.
전 의원이 ‘장관직을 그만 둔 다음에는 그렇게(출마) 할 수 있다는 말이냐’고 되묻자 추 장관은 “그거야 알 수 없다”고 짧게 답했다. 그러면서 “일단 검찰개혁 완수 전까지는 장관직을 내려놓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추 장관은 검찰 특수활동비 논란과 관련해 윤석열 검찰총장을 다시 한번 겨냥했다. 추 장관은 “검찰총장의 쌈짓돈(특활비)이 50억원에 이르는 것 같다”며 “그 돈이 임의적, 자의적으로 쓰이고 한 번도 법무부에 보고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법무부 장관이 특활비를 직접 관할하려는 것이냐. 개별사건 수사 지휘로 비칠 수 있다”고 지적하자 추 장관은 “특활비를 쌈짓돈처럼 쓰는 건 국민이 용납하지 않는다. 예산에 대한 민주적 통제는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다만 추 장관은 법조계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반대여론이 높은 ‘피의자 휴대전화 비밀번호 공개’ 법안에 대해선 한발 물러섰다. 그는 “연구 단계일 뿐”이라며 “법안이 아니라 디지털 시대를 대비한 연구를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취지”라고 했다.
야권은 이날도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추 장관 경질을 강하게 촉구했다. 김예령 국민의힘 대변인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조금의 이견도 어느새 적폐가 돼 있다”며 “헌법과 인권을 수호하는 것이 법무부 장관의 직무가 아닌 건지 혼란스럽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성일종 의원도 “추 장관은 즉시 사퇴하고 ‘윤석열 캠프 선대본부장’으로 취업하는 게 어떤가”라고 꼬집었다.
반면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개혁의) 가장 앞자리에서 저항의 바람을 뚫고 무소의 뿔처럼 달려가는 사람이 추 장관”이라며 “다른 사람이 법무부 장관이라도 똑같이 공격받았을 것이다. 마치 조국(전 장관)처럼”이라고 항변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