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준 독립 결정…LG ‘형제 독립 경영’ 전통 이어가나

입력 2020-11-16 15:03 수정 2020-11-16 16:22
구광모 LG그룹 회장(맨 오른쪽)를 비롯한 LG 선대 회장 그래픽. 연합뉴스

LG그룹에서 LG상사와 LG하우시스 등 일부 계열사가 분리될 것으로 전해졌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구본준(69) LG그룹 고문이 LG상사와 LG하우시스, 판토스 등을 거느리고 LG그룹에서 계열 분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구 고문은 고(故) 구자경 LG 명예회장의 셋째 아들이고 고 구본무 LG 회장의 동생이다. 구광모(42) 현 LG 회장이 2018년 그룹 회장에 취임하면서 LG 안팎에서는 구 고문의 계열 분리 가능성이 계속 제기됐다. LG는 선대 회장이 별세하면 장남이 그룹 경영을 맡고, 동생이 분리해 나가는 ‘형제 독립 경영’ 전통을 이어왔기 때문이다.

LG는 이달 말 이사회를 열고 계열 분리안을 결정할 것으로 전해진다. 구 고문은 LG 지주사인 LG 지분 7.72%를 보유하고 있다. 구 고문은 1조원 상당한 이 지분을 활용해 LG상사 등의 지분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독립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구 고문이 상사를 중심으로 계열분리하는 것은 LG그룹의 주력 사업을 유지하고 지배 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주회사인 LG는 LG상사 지분 25%, LG하우시스 지분 34%를 가진 최대 주주다. LG상사는 그룹의 해외 물류를 맡는 판토스 지분 51%를 보유하고 있다. 구 고문은 2007년부터 3년간 LG상사 대표이사를 지냈다. LG하우시스는 2009년 LG화학의 산업재 사업 부문을 분할해 만든 건축 자재, 자동차 소재 기업으로 LG의 주력 사업은 아니다.

LG상사의 시가총액은 7151억원, LG하우시스는 5856억원으로 규모가 크지 않아 구 고문의 현재 지분 가치로 충당이 가능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현재 구 고문이 보유한 LG 지분을 LG가 보유하고 있는 LG상사·LG하우시스 지분과 교환하는 ‘스와프 방식’이 유력하다.

LG그룹이 계열분리를 결정한 데는 구 회장이 취임 3년을 맞으면서 어느 정도 안정됐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계열분리가 확정되면 LG그룹의 인사도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 계열 분리에도 불구하고 LG는 재계 4위 자리를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주력사업인 LG전자와 화학 계열사가 그대로 남기 때문이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