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원정길 평가전에 나선 축구 남자 국가대표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 사태가 발생하면서 국내 축구팬들의 우려가 더해지고 있다.
대한축구협회에 따르면 대표팀은 지난 15일(현지시간) 오후 3차 코로나19 검체 검사를 진행했다. 이후 한국시간으로 16일 오후 9시가 넘어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협회는 이 결과를 바탕으로 17일 카타르 대표팀과의 평가전을 예정대로 진행할지 카타르, 오스트리아 측과 논의해 결정한다. 협회 관계자는 “한국시간으로 16일 오후 중 카타르전 개최 여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협회에 따르면 지난 14일 멕시코와의 평가전을 앞두고 유럽파 미드필더 권창훈과 황인범을 포함해 국내파 공격수 이동준과 골키퍼 조현우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후 재검사 결과 양성 반응이 나왔던 측면수비수 김문환과 공격수 나상호가 결국 추가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대표팀 일행 중 스태프 1명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
앞서 평가전이 진행되기 전에도 우려는 제기됐다. 평가전 장소인 오스트리아에서 최근 확진자가 급증 추세였기에 자연스러운 걱정이었다. 협회가 이를 의식해 감염병 전문가를 일행에 동행시키는 등 만전을 기울였지만 애초 감염 위험을 완전하게 차단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우려에도 평가전을 열어야 했던 이유는 있다. 먼저 꼽히는 건 ‘축구 달력’이다. 월드컵 출전 가능성이 높은 국가들은 이번 국가대항전 주간을 지나친 경우가 오히려 드물었다. 적어도 축구계의 상식에서는 이번 평가전이 뜻밖의 일은 아니었다는 뜻이다. 이번 기간을 그냥 지나치면 내년 3월부터 재개될 월드컵 예선을 곧바로 치러야 한다. 팀 스포츠인 축구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축구의 인기가 절대적인 유럽이나 남미를 제외하더라도 월드컵 단골 출전 국가들은 이번 평가전 주간에 대부분 대표팀을 소집했다. 일례로 미국 대표팀은 지난 13일 영국 웨일스 지방을 방문해 웨일스 대표팀과 평가전을 치른 데 이어 16일에는 한국 대표팀이 평가전을 했던 오스트리아 비너노이슈타트슈타디온에서 파나마와 평가전을 한다.
아시아 국가 중 일본은 지난 10월 이미 네덜란드에서 카메룬과 코트디부아르를 맞아 연달아 평가전을 벌였다. 당시에도 네덜란드 현지 일일 확진자 수는 1000명 이상으로 높았지만 경기가 강행됐다. 일본은 지난 13일에도 파나마와 평가전을 했다. 장소는 한국 대표팀의 이번 평가전 장소에서 자동차로 약 한 시간 반 거리의 그라츠 지방이었다.
이외 아시아 지역 월드컵 2차 예선 각 조 1·2위 국가 16개 중 3월 이후 평가전이 없는 건 베트남 호주 쿠웨이트 중국 오만 키르기즈스탄 말레이시아 투르크메니스탄까지 총 8개다. 이중 월드컵 출전 경험이 있는 건 호주와 쿠웨이트 중국 3개 나라뿐이다.
돈 문제 역시 중요했다. 올해 협회는 예정되어 있던 모든 국가대항전 일정이 취소되면서 중계권료와 입장권 수입, 후원사들에게서 받는 스폰서 비용까지 총 약 400억원을 날릴 위기에 처했다. 특히 올해 나이키와 새로운 계약을 체결하면서 선수복을 교체했던 터라 타격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협회가 재정적으로 불안해진다면 그 지원을 받는 국내 아마추어 축구계 등 국내 축구계의 근간부터 흔들릴 게 불 보듯 뻔하다.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인 와중에도 유럽에서 비슷한 이유로 유럽축구연맹(UEFA) 주관의 챔피언스리그 등 국제클럽대항전이, 미국에서 프로농구 NBA나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가 강행되고 있다. 특히 유럽축구계에서는 국가대항전 리그인 네이션스리그도 계속되는 중이다. 일정 중 코로나19 집단 감염 사례가 이미 나왔지만 경기는 계속 진행됐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