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 아머드 에티오피아 총리의 군사 작전 지시로 인해 내전이 격화되면서 노벨평화상이 논란이 되고 있다. 아비 총리가 지난해 노벨평화상 수상자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뉴욕타임스(NYT)가 최근 아비 총리의 사례를 들면서 노벨평화상 수상자 중 재평가 논란이 벌어진 경우가 지난 30년 사이 최소 6번에 달한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아비 총리는 2018년 집권한 이후 구금된 반체제 인사들을 석방하는 등 내부적으로는 민주적 개혁, 외부적으로는 에티오피아와 에리트레아 간 전쟁 종결 등 노력을 한 점이 평가돼 지난해 노벨상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 4일(현지시간) 아비 총리가 중앙정부와 갈등을 빚고 있던 티그라이 지역에 연방군을 투입하면서 에티오피아의 평화는 깨지고 말았다.
티그라이 지역은 현재 인터넷과 전화선이 모두 차단된 상태다. 인권단체에서는 전쟁범죄 정황까지 제기하고 있다.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은 티그라이 지역의 민간인 수백~수천명이 잔혹하게 학살됐다고 보고했다.
NYT는 이를 두고 “티그라이주를 폭력적으로 억압하고 에티오피아를 내전에 빠뜨린 아비 총리의 행동으로 노벨위원회에 의심이 강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아비 총리뿐만 아니다. 지난 2017년 미얀마에서 이슬람계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이 대대적으로 학살당할 때 침묵했던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도 비슷한 사례로 지목됐다.
수치 고문은 지난해 말 네덜란드 헤이그 국제사법재판소에서 열린 ‘로힝야 집단학살’ 재판에서 군부의 집단학살 혐의를 부인하기도 했다.
그는 약 15년 동안 가택연금 상태에서 비폭력 민주화 운동을 이끈 공로로 1991년 노벨 평화상을 받은 바 있다.
NYT는 이들뿐만 아니라 이스라엘의 시몬 페레스, 이츠하크 라빈 총리와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해방기구 의장, 김대중 전 대통령,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후안 마누엘 산토스 전 콜롬비아 대통령 등도 ‘의문스러운’ 수상자로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노벨위원회가 후보자들을 선정할 때 검증된 과거 성과보다 미래에 대한 기대로 현재 진행 중인 사안에 더 초점을 맞추다 보니 생기는 문제라고 평가했다.
헨리크 우르달 노르웨이 오슬로평화연구소장은 “노벨위원회는 과거에 논란의 여지가 없는 성취를 이룬 후보를 선정하는 안전책을 택할 수 있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현재 진행 중인 일에 대해 상을 줘, 후보자들이 상에 걸맞게 행동하도록 격려하려고 한다. 이는 매우 위험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