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기록유산’ 직지 전 세계에 알린다

입력 2020-11-16 11:45

현존하는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직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영문 수정판이 출판됐다.

16일 청주시에 따르면 청주고인쇄박물관은 직지를 현대적으로 풀이한 ‘직지, 말 걸다’ 영문판(사진) 300부를 제작해 국내외 기관과 단체 등에 배포할 예정이다.

이 책은 직지에 녹아있는 정신을 현대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재해석했다.

저자로는 한국학중앙연구원 고문헌관리학전공 옥영정 교수, 서강대학교 종교학과 서명원 교수, 문학평론가 정여울 작가, 청주 마야사 주지 현진스님, 경북대학교 문헌정보학과 남권희 교수 등 5인이 참여했다.

옥 교수는 금속활자 직지 제작 과정의 비밀을 알려주고, 실수로 ‘日’자가 거꾸로 인쇄된 사연을 재미있게 설명하는 등 직지를 서지학적으로 풀이했다. 프랑스인으로 한국 선불교에 조예가 깊은 예수회 신부인 서 교수는 종교를 초월한 직지의 통찰력을 설명했다.

이 책은 직지 하권 원본을 복제했다. 5인이 쓴 글은 반투명 종이에 인쇄해 직지 원본 사이에 끼워 넣어 직지를 배경으로 읽을 수 있도록 했다.

‘직지, 말 걸다’는 지난 2016년에 첫 발간, 2018년 영문판으로 만들었다. 이후 각계 인사들의 글을 보완해 지난해 6월 한글 수정판을 제작했다. 영문 수정판은 이달까지 제작을 마칠 예정이다.

고인쇄박물관 관계자는 “직지가 가지고 있는 예술, 역사, 서지학적 측면이 전 세계적으로 널리 전파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직지의 창조적 가치를 알리기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인쇄박물관은 이와 함께 직지를 배경으로 한 애니메이션을 제작해 상영하고 있다. ‘나리와 도치의 시간여행’이란 제목의 애니메이션은 과거로 떠나는 나리와 도치의 모험을 그리고 있다. 과거 공간으로 설정된 1377년 흥덕사와 1900년 파리만국박람회, 1972년 프랑스국립도서관은 직지와 얽힌 역사적 사건이 있던 곳이다. 이야기 속 역사적 인물이 등장해 직지를 소개한다.

2001년 9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직지는 1377년 청주 흥덕사에서 간행됐다. 1455년 인쇄된 서양 최초의 금속활자인쇄본 구텐베르크의 42행 성서 보다 78년이나 앞선다. 상권은 없고 하권 1권만 유일하게 프랑스 국립도서관 동양문헌실에 보관돼 있다.

청주=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