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공수처장, 여·야 배제한 후보로” 발언 뒤 회의 평행선

입력 2020-11-16 11:34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 추천위원 중 일부가 여야를 제외한 법원행정처장과 대한변호사협회장 추천 인사를 중심으로 공수처장 후보 2인을 압축하자고 제안했던 것으로 국민일보 취재 결과 확인됐다. 이 제안이 나오자 야당 측 추천위원들이 반발했고, 일각에서는 당일 후보자들을 직접 출석시키자는 의견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16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A추천위원은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공수처장 후보 심사회의에서 ‘법원행정처장과 변협회장이 추천한 인사들이 그래도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에서 오해를 덜 받을 것 같다. 이들을 중심으로 후보군을 압축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취지로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적 중립성이나 편향성 시비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후보군을 먼저 추려낸 뒤 효율적으로 논의를 진행하자는 취지였다.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은 검사 출신의 최운식 변호사를, 이찬희 변협회장은 김진욱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과 이건리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한명관 변호사를 추천했다. A위원 말대로 논의가 진행될 경우 4명 중 최종 후보 2명만 가려내면 되는 상황이었다. 이 같은 발언은 오후 회의 중 나왔다고 한다.

A위원의 제안 직후 일부 위원들이 반발했고, 곧 격론이 벌어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위원은 후보자들을 직접 불러 입장을 들어봐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후보자들을 검증할 자료가 부실하다는 지적도 이 국면에서 제기됐다고 한다. 추천위원장인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이 중재에 나섰지만 입장 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지난 13일 후보군 압축 논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채 오는 18일 추가 회의를 열게 된 배경이다.

야당 측 추천위원인 이헌 변호사는 “지난 13일 2차 회의는 신속론과 신중론의 격론이 있었고, 고의적인 지연술이라 볼 여지는 없다”는 입장문을 냈다. 심사대상자의 자격 심사를 위해 서면을 통한 심사대상자의 설명과 자료 등을 받기 위해 회의가 속행된 것일 뿐이란 취지였다.

법조계에서는 애초 초대 공수처장 후보로는 법원행정처나 변협이 추천한 중립적 인사를 올리는 게 맞다는 기류가 있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공수처가 조속히 안착되기 위해서라도 여야 양측의 시비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후보가 초대 공수처장이 되는 게 맞는다”고 말했다.

허경구 구승은 구자창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