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준 고문, 상사·하우시스 가지고 LG그룹 떠난다

입력 2020-11-16 09:49 수정 2020-11-16 09:59
LG 트윈타워 연합

구광모 LG 회장 취임 이후 끊임없이 계열 분리 가능성이 나왔던 구본준 LG그룹 고문이 LG상사와 LG하우시스, 판토스 등을 거느리고 독립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 고문은 고(故) 구자경 LG 명예회장의 셋째 아들이자, 고 구본무 회장의 동생이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LG는 이달 말 이사회를 열어 이 같은 계열 분리안을 논의한다. 구 고문은 현재 LG 지주사인 ㈜)LG 지분 7.72%를 보유하고 있다. 지분의 가치는 1조원 정도인데 이를 이용해 LG상사와 LG하우시스 등의 지분을 인수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지주회사인 ㈜LG는 LG상사 지분 25%, LG하우시스 지분 34%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며 판토스는 LG상사가 지분 51%를 보유하고 있다.

LG상사의 시가총액은 7151억원, LG하우시스는 5856억원으로 구 고문의 현재 지분 가치로 충분히 충당 가능한 수준이라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이번 계열 분리로 LG전자와 화학 등과 판토스 간의 높은 내부거래 비율로 인한 일감 몰아주기 문제도 해소될 전망이다.

구본준 LG그룹 고문 국민일보DB

구 고문이 상사를 중심으로 한 계열 분리에 나서게 되면 현재 LG그룹의 주력사업인 전자와 화학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구 회장 취임 직후에는 LG전자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LG이노텍, LG디스플레이 등 전자 계열 분리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다만 계열 분리 회사의 규모가 작다는 점에서 LG 안팎에서 반도체 설계 회사인 실리콘웍스나 화학 소재 제조사인 LG MMA의 추가 분리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앞서 LG상사는 지난해 LG그룹 본사 건물인 여의도 LG트윈타워 지분을 ㈜LG에 팔고 LG 광화문 빌딩으로 이전하고, 구광모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도 LG상사의 자회사인 판토스 지분 19.9%를 매각하는 등 계열 분리를 위한 사전 작업을 해왔다.

한편 구 고문의 계열 분리는 선대 회장이 별세하면 장남이 그룹 경영을 이어받고, 동생들이 분리해 나가는 LG그룹의 전통을 따르는 것이다. 재계에서는 이번 계열 분리를 끝으로 LG그룹의 추가 분리는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