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지고 또 빠져 10타… 아멘코너 발목 잡힌 ‘골프황제’

입력 2020-11-16 08:58 수정 2020-11-19 01:10
타이거 우즈가 16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메이저 대회로 열린 제84회 마스터스 토너먼트 최종 4라운드 6번 그린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UPI연합뉴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5·미국)가 2연패에 도전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메이저 대회 마스터스 토너먼트 마지막 날 기준타수 3타인 홀에서 10타를 치며 진땀을 뺐다. 그 이후로 남은 마지막 6개 홀에서 보기 없이 버디 5개를 잡고 타수를 만회했지만, 이미 우승권에서 멀어진 뒤였다.

우즈는 16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파72·7475야드)에서 열린 제84회 마스터스 토너먼트 최종 4라운드에서 4오버파 76타의 부진한 스코어를 적어냈다. 최종 합계는 1언더파 287타. 이날 공동 26위에서 출발했지만, 순위 반등은커녕 12계단이나 곤두박질친 공동 38위에서 마스터스를 완주했다.

우즈에게 마스터스는 특별한 대회다. PGA 투어 사상 최다승 타이기록인 82승, 그중 메이저 통산 15승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마스터스 정상만 5차례를 정복했다. 오랜 암흑기를 깨고 재기했던 지난해 4월 마스터스처럼 올해 2연패를 달성해 또 한 번의 부활을 꿈꿨다. 2연패에 성공했을 경우 투어 통산 최다승을 83승으로 늘릴 수 있었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이날 4라운드에서는 10번 홀까지 버디 1개를 잡는 동안 보기 3개를 범하며 헤맸다. 이어 극악의 난도로 악명 높은 11~13번 홀, 일명 ‘아멘 코너’의 한복판에서 우즈는 무너졌다.

문제의 지점은 기준타수 3타에 거리 155야드로 짧은 12번 홀. 우즈는 이 곳에서 티샷을 물속으로 빠뜨렸다. 세컨드샷을 그린 위로 올렸지만, 공은 다시 굴러 물속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이리저리 헤맨 우즈의 다섯 번째 샷은 그린 뒤 벙커로 떨어졌다. 벙커에서 친 샷은 다시 물에 빠졌다. 여덟 번째 타를 치고서야 공을 그린 위에 올렸다. 이후 두 번의 퍼트를 추가하고 홀아웃했다.

마스터스 개최지인 오거스타 내셔널골프클럽은 곳곳에 도사리는 벙커와 해저드로 공을 한번 잘못 빠뜨리면 헤어나기 힘들다. 미끄러운 그린에서 퍼트를 놓치면 홀컵 주변을 맴돌게 된다. 그중에서도 ‘아멘 코너’는 최악의 난도를 자랑한다. ‘아멘 코너’라는 이름은 프로골퍼마저 기도할 만큼 어렵다는 의미로 붙은 별칭이다.

우즈는 12번 홀 10타로 자신의 투어 통산 한 홀 최다 타수를 경신했다. 종전 최다 기록은 1997년 PGA 투어 메모리얼 토너먼트 3번 홀(파3)에서 작성한 9타다. 23년 만에 한 타를 늘리고 말았다.

우즈는 이 홀에서 9오버파를 기록해 컷오프를 통과한 생존자 60명 중 하위권으로 밀렸지만, 바로 다음인 13번 홀(파5)에서 버디를 잡고 평상심을 되찾은 뒤 15~18번 홀 연속 버디로 자존심을 만회했다.

타이거 우즈(오른쪽)가 16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메이저 대회 제84회 마스터스 토너먼트 우승자 더스틴 존슨에게 그린재킷을 입혀 주고 있다. UPI연합뉴스

우즈는 마스터스에서 생애 처음으로 우승한 남자골프 세계 랭킹 1위 더스틴 존슨(36·미국)에게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그린재킷을 입혀 줬다. 존슨은 최종 합계 20언더파 268타로 우승했다.

그린재킷을 입고 왼팔에 존슨에게 입힐 그린재킷을 걸친 채 시상식장으로 들어선 우즈의 표정은 다소 복잡했다. 하지만 존슨에게 옷을 입혀 줄 때만은 밝은 웃음을 지어 새로운 챔피언에게 예우했다.

임성재(22)는 캐머런 스미스(27·호주)와 함께 최종 합계 15언더파 273타를 적어내 아시아 국적 선수 사상 최초로 마스터스 준우승을 차지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