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아시아나항공을 대한항공의 모회사 한진그룹에 넘기는 방안을 공식 논의한다. 정부의 논의 방향에 따라 국내 1·2위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한 지붕’ 아래로 들어가 초대형 항공사로 변신할 수 있을지도 결정될 전망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16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산경장)를 열고 아시아나 항공 경영정상화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산경장에서는 산업은행 주도로 추진되고 있는 한진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대한 세부사항을 협의할 것으로 보인다.
이 자리에는 기재부 외에도 금융위원회, 국토교통부 등 정부 부처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 관계자가 참석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구체적인 논의 내용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한진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문제가 핵신 안건으로 다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추진 소식이 알려지면서 지난 13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관계 기업 주가가 출렁이는 등 시장 영향이 큰 만큼 정부가 산경장 일정을 최대한 앞당긴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로선 한진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는 한진칼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자금을 투자하면, 한진칼이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30.77%)을 사들이는 방안이 유력하다. 산은이 재무적 투자자로 인수에 참여하면서, 한진칼은 그만큼 인수 부담을 덜 수 있다. 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MRO(정비) 조직을 분리해 별도 법인을 만드는 방안도 거론된다.
정부는 한진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방안에 긍정적인 것으로 전해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항공업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양대 항공사를 합치는 방안이 정부로서도 부담이 가장 적은 방식이기 때문이다.
도규상 금융위 부위원장은 지난 13일 한진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해 “다양한 측면에서 도움이 된다면 정부로서도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산업은행에서 자금 투입의 최소화, 경영이 어려운 기업의 정상화 지원을 통해 고용 안정을 꾀한다든지, 산업 경쟁력을 강화한다는지 등의 측면에서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6일 산경장에서 결정된 내용은 정부나 산은이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도 이날 아시아나항공 인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이사회를 여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인수의향서(LOI) 제출을 시작으로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본격적인 작업에 돌입할 전망이다.
다만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해 인수전이 단기간에 끝날지는 미지수다. 인수전이 마무리되기 위해선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승인을 받아야 한다. 또 대규모 구조조정을 우려한 노조의 반발도 잠재워야 한다.
혈세 투입 논란도 돌파해야 한다. 공정위가 제주항공-이스타항공 합병 등을 승인한 것처럼 아시아나항공을 회생 불가능한 회사로 판단할 경우 대한항공과의 결합을 허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 정부가 회생 불가능한 회사로 판단한 기업을 위해 산은이 추가로 자금을 지원하는 꼴이 되기 때문에 특혜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한진그룹 경영권을 두고 조원태 회장과 각을 세워온 행동주의 사모펀드(PEF) KCGI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반대하는 점도 변수다. KCGI은 “산은의 한진칼 제3자 배정 증자에 대해 강력한 반대의 뜻을 밝힌다”고 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