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북’ 트럼프 가고 ‘강경’ 바이든 온다… 김정은 떨고있나

입력 2020-11-16 06:00

미국의 대선 결과에 대해 아직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은 북한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패배에 매우 아쉬워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대북 강경파로 분류되는 조 바이든 당선인 취임 후에는 미국의 대대적인 대북정책 변화가 예상된다.

14일(현지시간) CNN방송은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지낸 조지프 윤을 인용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바이든의 당선을 달가워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윤 특별대사는 오바마 행정부와 트럼프 행정부 모두에서 대북 외교에 관여해온 베테랑이다.

윤 전 특별대표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해 매우 실망했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정상회담에서 세 번이나 만났다. 이것은 북한 입장에서 매우 큰 일(big deal)”이라고 분석했다.

그간 미국을 이끌어온 대부분의 지도자들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개인적인 친분을 맺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며 북한 정권에 합법성을 부여해왔다는 설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임 기간 김 위원장과 수많은 친서를 주고받으며 친분을 과시했다. 그는 둘 사이 오간 친서를 ‘러브레터’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반면 CNN은 바이든 당선인이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행동이 세계의 대북 제재를 약화시켰다며 비판해왔다고 지적했다. 바이든은 대선을 앞둔 TV토론에서 김정은을 ‘깡패(thug)’라고 부르는 등 대선 캠페인 기간 내내 북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취해왔다. 북한은 이에 맞서 바이든에 “지능지수가 모자라는 멍청이” “광견병 걸린 개” “몽둥이로 때려잡아야” 등 원색적인 비난을 일삼았다.

이에 따라 바이든 행정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은 한동안 요원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당선인은 취임 이후 펼칠 대북 정책을 세세하게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선결 조건’이 없는 정상회담은 없다고 못 박아둔 상태다. 그가 강조한 조건은 한반도 비핵화와 무력도발 금지 등과 관련돼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당선인의 강경 대북정책에 반발해 정권 출범 초기를 노려 북한이 국지 도발을 감행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17년 초 미사일을 발사해 북미관계를 긴장시켰다.

다만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핵실험을 공개적으로 선보이는 등 미국 전역에 대한 타격 능력을 이미 충분히 과시했기 때문에 추가적인 도발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존 델러리 연세대학교 국제학 교수는 “통상적으로 북한은 특정 행동을 실행에 옮기기에 앞서 그들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 언질을 준다”면서 “최근에는 무력 도발을 연상케 할 만한 징후가 전혀 없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등 북한 내에 산적한 문제에 대응하느라 미국과 추가적인 마찰을 빚을 여유가 없다는 점도 도발 가능성을 낮출 원인으로 제시됐다.

CNN은 바이든 당선인이 취임 이후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으로 되돌아가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목표로 했던 대북 외교 성과는 거의 얻어내지 못한 채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증대되는 걸 8년간 지켜보기만 했던 바이든 당선인이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미 국무부에서 동아시아태평양 수석차관보를 지낸 에반스 레베르는 북한이 무력도발을 강행할 경우 바이든은 즉각적인 보복 조치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주요 대응책으로는 한미연합 군사훈련 대폭 확대와 주한·주일미군 등 한반도 지역 군사력 추가 전개, 그리고 지금보다 더 강력한 추가 대북 제재를 꼽았다. 고립·무력화·압박 정책으로 대북 노선을 바꾼다는 설명이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