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리커창 “RCEP 체결은 다자주의·자유무역 승리”

입력 2020-11-15 17:05 수정 2020-11-15 17:55
15일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서명한 15개국 정상과 통상 장관들이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 사진은 베트남 통신사(VNA)가 화상회의 장면들을 합성해 만들었다. 뉴시스

중국 정부는 15일 세계 최대 규모의 자유무역협정(FTA)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체결된 데 대해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중국은 미국과의 갈등이 전방위로 확산되는 가운데 RCEP을 통한 무역 다변화를 추진해왔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리커창 총리는 화상으로 열린 RCEP 정상회의에서 “8년간의 협상 끝에 체결된 RCEP은 동아시아 협력에서 획기적인 의미를 지닌 성과”라며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이 세계 경제와 인류가 나아갈 올바르고 정확한 방향임을 증명한다”고 말했다. 리 총리는 이어 “사람들은 도전 앞에서 단결·협력하고 동주공제(같은 배를 타고 물을 건넌다는 뜻)하며 상생하는 길을 선택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RCEP은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10개국과 한국, 중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총 15개 국가가 서명했다. RCEP 회원국 인구는 약 22억명으로 전 세계 인구의 30%를 차지한다. 이들 국가의 국내총생산(GDP)은 25조6000억달러로 세계 경제 총량의 28.3%, 역내 무역액은 10조4000억달러로 세계 무역 총액의 27.4%에 달해 ‘메가 FTA’로 평가된다. 회원국 사이에 관세 문턱을 낮추고 무역‧투자 시스템을 확립해 교역을 활성화하는 것이 취지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많고 성장 잠재력이 큰 자유무역지구가 탄생했다”며 “이는 동아시아 지역 경제 통합의 중대한 이정표로 역내는 물론 세계 경제 회복에 새로운 동력을 불어넣고 있다”고 평가했다. 통신은 특히 “중국은 동아시아 경제 성장의 주요 엔진으로서 코로나19를 통제하고 경제 회복을 실현하고 있다”며 “중국은 RCEP 협상에서도 주도적 역할을 했다”고 자평했다.

15일 세계 최대 규모의 자유무역협정(FTA)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체결 소식을 전한 신화통신 보도. 신화통신은 "동아시아 경제 일체화가 중요한 이정표를 맞았다"고 평가했다. 신화통신 홈페이지 캡처.

RCEP은 중국이 미국 중심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맞서 추진한 FTA다. 중국이 TPP 견제를 위해 RCEP 협상에 적극 참여했고, 미국이 내년 1월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TPP에 복귀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두 협정을 미‧중 대결로 보는 시각도 있다.

중국 관변 매체들은 이 협정이 미국 행정부가 교체되는 시기에 체결됐다는 점과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가 동참한 데 각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베이징에 본사를 둔 국제교통통상 자문위원인 류쿠이쿠이는 글로벌타임스에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의 참여는 이들 국가가 미국이 주도하는 보호무역주의와 경제적 괴롭힘에 반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글로벌타임스는 또 “미국과 인도 두 나라는 이번 무역협정에서 제외됐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다자 협상보다는 양자 협상을 추진했고, 인도는 협상의 일부였지만 최종 합의에는 참여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RCEP 정상회의 공동선언문에는 “우리는 RCEP에서 인도의 역할을 높이 평가하고 인도에 지속 개방돼 있음을 재차 강조한다”며 인도의 참여를 독려하는 내용이 담겼다.

첸펑잉 중국국제관계연구소 연구위원은 “최근 몇 년간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미‧중 무역 갈등으로 글로벌 협력이 무너졌다”며 “RCEP 체결은 글로벌 협력이 작동한다는 신호”라고 주장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