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성이 2살배기 의붓아들을 잔혹하게 살해하고 아이의 친모는 이를 방조한 사건이 영국에서 발생해 큰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
15일 BBC 등 외신에 따르면 현지 법원 재판부는 지난 11일 아동학대 및 살인 혐의로 체포된 마틴 커리(36)와 아동학대 및 살인 방조 혐의를 받는 사라 오브라이언(33)에게 각각 징역 22년과 징역 8년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커리는 아이의 아버지 역할을 맡아 보호하는 것이 의무였음에도 아이를 학대하고 숨지게 했다”며 “아이는 위험으로부터 가장 안전해야 하는 자신의 집에서 죽임을 당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라에 대해서도 “어린 아들을 지키지 못했고 죽음까지 이어지게 했다”고 덧붙였다.
이 끔찍한 사건은 올해 1월 잉글랜드 북부 동카스터에서 발생했다. 자택에 머물던 커리는 파트너인 사라의 친아들 케이건 오브라이언(2)이 자신을 귀찮게 한다는 이유로 폭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사라는 외출 상태였으며 아이가 숨을 쉬지 않자 커리는 직접 신고 전화를 했다. 구조대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 케이건은 머리에 큰 부상을 입고 심한 출혈을 보인 채 숨져 있었다.
당시 커리는 “침대에 있던 아이의 호흡이 없어진 것을 보고 구조대에 곧바로 연락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 조사 과정에서 커리가 신고 전화를 걸기 2시간 전 인터넷에 ‘불규칙한 호흡’ ‘무의식’ 등의 주제를 검색한 사실이 확인됐다. 뿐만 아니라 케이건이 사망하기 몇 주 전 척추와 갈비뼈, 팔 등에 외력에 의한 골절상을 입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후 체포된 커리는 “음란 동영상을 보고 있는데 아이가 귀찮게 하길래 화가 나서 죽였다”며 범행을 인정했다. 또 사건 발생 후 한참 동안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아이를 방치한 것 역시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이같은 사실이 전해지자 케이건의 친부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너무 화가 나고 좌절스럽다”며 “더 좋은 아빠로서 소중한 순간을 함께할 수 있도록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고 분노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