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김포에서 서울 여의도까지 출퇴근하는 직장인 강모(32)씨는 16일 출근길부터는 자가용을 이용할 계획이다. 그 전까지는 회사와 한강신도시를 이어주는 2층버스를 타고 출퇴근했지만 지난 13일 서울 중랑구 272번 버스 운전기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감염됐다는 소식을 들은 뒤에는 대중교통 이용을 꺼리게 됐다.
버스에서 또다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출근길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이틀 연속 200명을 넘긴데다 밀접접촉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대중교통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생기면서 직접 운전대를 잡겠다는 경우가 늘고 있다.
15일 중랑구와 방역당국의 설명을 종합하면 확진 판정을 받은 버스 운전기사는 지난달 30일 인후통 증상이 나타났지만 열이 나지 않아 발열체크에 걸리지 않았다. 그는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4일까지 버스를 운행했다. 이 기간 동안에는 약을 먹으며 통증을 관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 관계자는 “버스 운전기사와 승객 모두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고 있어 집단감염 등 전파 확률은 낮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버스 운전기사들 사이에서는 마스크 의무착용을 확인하는 동시에 감염 노출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구로에서 서울역까지 운행하는 버스 운전기사 박모(47)씨는 운행 중에는 페이스실드를 착용하고, 회차 전 새로 방역을 할 때마다 KF94 마스크를 바꿔 썼다. 박씨는 “승객들도 걱정이겠지만 버스에서 내릴 수도 없는 운전기사들이 감염노출에 가장 취약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운전기사는 “회사가 ‘사소한 통증이라도 바로 얘기하라’고 공지하는데 빡빡한 운행 스케줄을 뺄 수도 없고 다른 운전기사들의 눈치가 보인다”고 토로했다.
버스 운전기사들의 코로나19 확진 사례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 8월 울산에서도 시내버스 운전기사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6월에는 서울버스 302번과 303번 버스 운전기사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노선이 50% 감축 운행되기도 했다.
실제로 코로나19 감염이 시작된 뒤 고속도로 교통량은 예년에 비해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지하철이나 버스 등 대중교통 이용률은 줄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3월 고속도로 교통량은 하루 평균 388만여대 수준이었지만 9월에는 452만여대로 지난해 수준을 회복했다. 그러나 대중교통 이용량은 20% 가까이 줄었다. 지난해 12월 1302만회였던 하루 평균 교통카드 이용 횟수는 지난 5월 990만회로 300만회 넘게 줄었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