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중턱에 동물 테마파크 ‘제동’

입력 2020-11-15 15:41 수정 2020-11-15 15:54
15일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원희룡 제주지사가 제주시 조천읍 선흘2리에 들어설 예정인 동물테마파크 사업계획 변경안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제주도 제공

한라산 중턱 약 58㎡(구 18만평) 부지에 사자 호랑이 등 맹수와 외래종 동물 500여마리를 들여와 테마파크를 운영하려는 대명그룹의 사업 계획 안에 대해 제주도가 사실상 반대 입장을 공식화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15일 도청 기자실에서 회견을 열어 “코로나19 상황에서 외래 동물종 도입이 청정제주의 생태적 가치와 조화될 수 있는 것인지 신중하게 다루어야 할 것”이라며 “주민 협의 조건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는 더 이상의 변경 승인 절차 진행이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어 “향후 관련 절차가 진행되더라도 최종 승인권자로서 위와 같은 문제들을 철저히 검토해 승인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강조했다.

동물테마파크는 2007년 당시 사업자가 조랑말 중심의 소규모 동물테마파크 사업으로 승인을 받았으나 재정난으로 사업을 추진하지 못 했다. 2016년 현재의 사업자인 대명그룹 측은 사업계획안을 인수하면서 사자, 호랑이 등 맹수와 외래종 동물 500여마리를 관광 상품화 하는 내용으로 사업 계획을 바꾸고 제주도와 변경 절차를 밟고 있다.

현재 개발사업심의위원회의 심의와 도지사의 최종 승인을 남겨두고 있다.

앞서 제주도는 도시·건축공동위원회의 검토를 통해 2018년 11월 16일 ‘지역주민 및 람사르습지도시 관계자와 협의해 진행할 것’을 조건으로 계획을 승인했다.

2019년 4월과 12월 환경영향평가 협의 내용 변경에 따른 환경보전방안 검토 단계에서는 사업자 측에 ‘반대대책위 주민 및 람사르습지도시 지역관리위원회와 협의 내용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그러나 사업자는 최근까지도 이들 두 주체와 진정성 있는 협의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개발 사업을 두고 주민들이 찬반으로 나뉘어 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사업 부지인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일대는 국내 첫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인 거문오름과 광활한 곶자왈 가운데 자리 잡은 지역으로, 2018년 세계 최초 ‘람사르 습지도시’로 지정됐다.

원 지사의 이번 발표는 지난달 25일 송악산 인근에서 진행한 ‘청정제주 송악선언’에 따른 2호 실천 조치로 발표됐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