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수색 과정에서 한동훈 검사장을 폭행한 혐의(독직폭행)로 기소된 정진웅 광주지검 차장검사의 첫 재판이 오는 20일 열린다. 공교롭게도 정 차장검사가 수사하고 기소했던 ‘검·언 유착 의혹’ 사건의 공판과 같은 날이다. 정 차장검사는 기소된 이후 공소유지에서 사실상 배제된 상태다. 향후 출석할 공판검사 명단에도 정 차장검사의 이름은 빠진 것으로 확인됐다.
15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부장판사 양철한)는 오는 20일 오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독직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정 차장검사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한다. 정 차장검사의 첫 재판은 그가 수사한 뒤 재판에 넘긴 이동재 전 채널A기자와 백모 기자의 공판기일과 같은 날 오전에 열린다. 정 차장검사의 폭행 혐의 공판은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없는 공판준비절차로 열려 반드시 출석할 의무는 없다. 다만 자신의 재판에는 가지 않고 같은 날 열리는 이 전 기자의 공판에만 참석하기도 민망한 상황이 됐다.
정 차장검사는 이 전 기자 사건의 첫 공판이 열린 지난 8월 26일부터 4차례 재판에 출석했다. 지난 9월 3일자로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에서 광주지검 차장으로 승진한 뒤에도 광주에서 서울을 오가며 재판을 챙기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그는 지난달 27일 독직폭행 혐의로 기소된 이후 열린 두 차례 공판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공판기일이 잡힌 16·19·20일 출석할 공판검사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정 차장검사가 공소유지에서 사실상 배제된 것으로 봐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정 차장검사의 직무배제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대검찰청은 정 차장검사가 기소된 이후 법무부에 직무배제를 요청한 상태다. 그러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지난 5일 대검 감찰부에 정 차장검사의 기소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정 차장검사를 기소한 서울고검은 절차에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반면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은 15일 페이스북에서 “(정 차장검사 기소 관련) 사건처리경위 및 결과가 검찰 역사상 충분히 이례적이고 특별한 경우라 할 만하다”며 “검사징계법상 직무집행정지 요청 요건에 해당하지 않고 부적절한 조치라고 생각돼 검찰총장에게 이의제기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정 차장검사의 참석이 어려워진 검·언 유착 의혹 공판은 ‘제보자X’로 불리는 지모씨의 잇따른 증인 불출석으로 공전되고 있다. 지씨는 이 전 기자와 접촉하며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의 대리인 역할을 했고,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의 유착 의혹을 MBC에 제보한 핵심 사건관계자다.
지씨는 한 검사장에 대한 수사와 증인신문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이유로 증인 출석을 거부하고 있다. 16일 예정된 증인신문기일에도 나오지 않으면 5차례 법정출석을 거부한 게 된다. 이 사건을 심리 중인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박진환 부장판사는 이날 공판까지 지씨의 증인 출석을 기다려본다는 입장이다.
앞서 재판부가 지씨의 법정 출석을 위해 발부했던 동행영장과 구인장은 지난 9일과 10일 차례로 법원에 반환됐다. 법원 관계자는 “법원이 앞서 발부한 영장들이 지씨의 신병을 확보 못한 채 유효기간이 지나 반환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후 증인신문을 위한 구인장은 발부돼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 기자 측 변호인은 “지씨의 증인신문이 이뤄지지 않으면 검찰이 만든 조서는 증거능력을 인정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