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의 핵심 현안사업이 첩첩산중이다. 광주·전남 행정통합의 가늠자가 될 민간·군 공항 이전부터 어등산 관광단지 조성, 국가인권교육원 유치사업까지 제 속도를 내지 못하거나 사실상 무산됐다.
15일 광주시에 따르면 시민권익위가 최근 “광주 민간 공항을 무안 국제공항으로 이전·통합하는 계획을 유보하라”는 정책 권고를 했다.
권익위는 지난달 30일부터 11일까지 광주시민 2500명을 대상으로 민간공항 통합 이전 방식·시기 등 7개 항의 설문조사를 했다. 권익위는 이 결과를 토대로 공항 관련 5개 항의 정책을 광주시에 권고했다.
설문 결과 민간공항 이전 시기에 대해 시민 10명 중 8명은 ‘민간공항은 군 공항과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군 공항만 전남으로 이전하고 민간공항은 광주에 그대로 남겨두자는 시민 의견도 2명 중 1명에 가까운 43.7%에 달했다.
권익위는 “2021년 민간공항 이전 계획을 재검토하고 군 공항 이전은 광주시와 전남도가 명확한 합의를 이뤄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 2018년 8월 광주 민간공항을 무안 국제공항으로 무조건 이전·통합한다고 전남도에 약속한 광주시가 무척 난처한 처지에 놓였다.
권익위 정책권고를 따르자니 전남도와 합의를 깨야 하고 정책권고를 무시하자니 압도적인 시민여론을 묵살한다는 비판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전남도는 “민간공항과 군 공항 이전은 별개로 민간공항 이전 약속부터 먼저 지켜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광주시는 관련 조례에 따라 한 달 안에 실행계획을 권익위에 제출해야 한다.
민간·군 공항 동시 이전을 원하는 광주시와 민간공항 우선 통합을 요구하는 전남도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면서 이 문제가 두 광역단체 행정통합 논의의 걸림돌이 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광주시가 어떤 선택을 하든지 행정절차 일정 등을 고려할 때 2021년 민간공항 이전은 물 건너갔다는 지적이다.
2005년 개발계획 수립 이후 16년째 표류 중인 어등산 관광단지 조성사업은 수차례 민간사업자 부도와 소송 등으로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삼능, 금광, 모아, 호반 건설에 이어 5번째 민간사업자로 선정된 서진건설과 현재까지 지루한 법정 소송을 진행 중이다. 우선협상대상자 지위 배제의 적법성과 이행담보금 48억 원의 반환 여부를 다투는 1심 선고 공판은 다음 달 10일로 예정돼 있다.
시가 별도 TF팀을 만들어 옛 교도소 부지에 유치를 추진해온 국가 인권교육원은 최근 기획재정부가 경기 용인에 설계비 2억 원을 반영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정보력 부재와 뒷북행정이라는 비난을 샀다.
이 밖에 국립공원 무등산 방공포대 이전과 아시아 최대 규모의 복합문화시설인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정상화 등 해묵은 현안도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시가 추진 중인 다양한 핵심 현안사업의 실타래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며 “시정 목표인 ‘정의롭고 풍요로운 광주’가 헛구호에 그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