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규모의 자유무역협정(FTA)이 타결됐다. 한국을 포함한 15개국의 정상이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서명했다. 한국이 참여하는 첫 번째 ‘메가(Mega) FTA’이기도 하다. 회원국 전체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을 합치면 26조3000억 달러에 달한다. 한국이 입는 수혜도 크다. 연간 경제성장률이 0.41~0.51% 늘어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농수산물 분야에서 일부 피해를 입는 부분이 있다. 또 다른 메가 FTA 가입을 고려하는 미국과의 외교적 조율도 숙제로 꼽힌다.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RCEP에 최종 서명했다. 문 대통령을 포함해 RCEP에 가입하기로 한 14개국(아세안 10개국, 중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정상들도 최종 서명에 동참했다. 각국 정상들의 최종 서명에 따라 RCEP은 향후 60일 이내 발효된다. 내년부터 15개국의 관세 장벽이 점진적으로 낮아지게 된다.
모두 22억6000만명(22.9%)에 육박하는 인구를 보유한 국가들의 FTA인 만큼 의미가 적지 않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15개국의 명목 GDP는 26조3000억 달러로 기존의 메가 FTA 규모를 뛰어넘는다. 미국·멕시코를 주축으로 한 나프타(NAFTA)의 새로운 이름인 북미자유무역협정(USMCA) 참여국 명목 GDP는 24조4000억 달러 규모다. 지난해 발효한 ‘포괄적이고 점진적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은 11조3000억 달러로 RCEP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무역 규모 면에서도 상대가 안 된다. 15개국의 무역 규모는 5조4000억 달러로 USMCA(2조5000억 달러)나 CPTPP(2조9000억 달러)를 훌쩍 뛰어넘는다. 수출 중심인 한국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지난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RCEP 타결로 한국의 연간 경제성장률이 0.41~0.51% 늘어난다.
일본과의 첫 FTA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한국을 제외한 14개국 중 일본만 유일하게 양자 FTA를 맺지 않았었다. 하지만 RCEP 타결로 양국 관세 장벽은 낮아지게 된다. 한국산 온라인 게임 수출이 원활해지고 일본의 청주·맥주가 무관세로 수입되는 시대가 열린다.
난점도 있다. RCEP은 중국이 주도한 메가 FTA로 미·중 갈등의 발화점이 되기도 했다. 통상 패권 다툼을 야기했기 때문이다. CPTPP 참여에 긍정적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임기가 시작되면 양국 간 기싸움이 또 다시 커질 수 있다. 한국도 경제 개방 규모가 큰 CPTPP 참여를 종용받으면서 미·중 구도의 중심에서 줄타기를 하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