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신 마비 장애인들의 보행을 돕는 웨어러블 로봇 관련 국제 대회에서 한국과학기술원(KAIST) 공동 연구팀이 최정상의 자리에 올랐다.
KAIST는 지난 13일 KAIST 대전 본원에서 열린 ‘사이배슬론(Cybathlon) 2020’ 국제대회에서 기계공학과 공경철 교수가 이끄는 ‘엔젤로보틱스’ 팀이 금메달·동메달을 동시 석권했다고 15일 밝혔다.
20개국 53개 팀이 참여한 이번 대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출전 선수들이 속한 33개국에 경기장을 짓고 다원 중계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공 교수팀이 출전한 착용형 외골격 로봇 종목에는 8개국 소속 12명의 선수가 나서 기량을 겨뤘다.
이중 착용형 외골격 로봇 종목에 출전한 김병욱 선수(47)는 소파에서 일어나 컵 쌓기, 장애물 지그재그 통과하기, 험지 걷기, 계단 오르내리기, 옆 경사로 통과, 경사로 및 문 통과하기 등 6개의 임무를 3분 47초 만에 완벽하게 수행하며 금메달을 차지했다.
함께 출전한 이주현 선수(20·여)도 5분 51초만에 모든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쳐 동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은메달은 6개의 미션을 4분 40초 동안 수행한 스위스 팀이 차지했다.
이로써 공 교수팀은 2016년 1회 대회에서 김병욱 선수가 동메달을 획득한 이후 4년 만에 세계 최정상의 자리에 올랐다.
김병욱 선수는 “4년 전 동메달의 아쉬움을 이번 대회 금메달로 깨끗이 풀어냈다”며 “공 교수님과 여러 연구진이 있었기에 오늘의 결과가 가능했다”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주현 선수는 “순위권에 들 수 있을까 걱정을 많이 했는데 동메달을 따게 돼 기쁘다”며 “이번 대회에서 본 연구진의 열정을 마음에 간직하고 살아가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선수들이 착용한 ‘워크온슈트4’는 공경철 교수 연구팀을 중심으로 ㈜엔젤로보틱스, 세브란스 재활병원, 영남대, ㈜에스톡스, 재활공학연구소 등이 협업하고 산업기술평가관리원 등 각종 기관의 지원을 바탕으로 개발됐다.
4년 간의 연구 끝에 개발된 워크온슈트4는 이전 모델 대비 연속 보행 속도가 8배 이상 높고, 착용자가 느끼는 무게감도 현저히 낮다.
연구팀의 착용형 로봇은 현재 상용화도 추진 중이다. 국제대회 참가용 수트 개발과 동시에 ㈜엔젤로보틱스를 창업, 관련 의료기기 인증을 마무리하고 세브란스 재활병원 등에도 보급하기 시작한 것이다.
공경철 교수는 “금메달과 동메달을 동시에 석권한 것은 하반신 마비 장애인 선수들의 노력뿐 아니라 워크온슈트4에 적용된 로봇 기술의 우수성을 증명하는 것”이라며 “아이언맨이 실제로 개발된다면 대한민국에서 가장 먼저 완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