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지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가 빠른 속도로 재확산되고 있다. 광주시는 4차 대유행을 막기 위해 15일 오후 민간대책위를 열고 광역단위 1.5단계 방역체계 격상을 추진한다. ‘빨간불이’이 켜진 전남 동부권 여수·순천·광양은 이미 1.5단계에 돌입했다.
광주시는 “전남대병원 의료진과 입원환자 등 6명이 진단검사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15일 밝혔다. 전남대병원 신경외과 의사 2명, 화순전남대병원 신경외과 간호사 1명 등 의료진 4명과 입원환자 2명이다.
전남대병원 의료진과 환자 등 1200여 명을 조사한 결과로 전남대병원 의사의 예비신부(H 병원 의사)도 감염됐다. 이로써 광주에서는 전날 발표된 4명을 포함해 하루 동안 9명의 확진자가 늘었다.
이에 따라 시와 방역 당국은 오는 16일까지 전남대병원 응급실과 외래 진료 공간 등을 폐쇄했다. 일반병동 면회, 진료 중단과 함께 의료진, 환자, 보호자, 방문자 등 54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 중인 전수검사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의료진 최초 확진자는 전남대병원 신경외과 의사(546번)로 추정되지만, 현재까지 구체적 감염경로가 드러나지 않았다. 시와 방역 당국은 고위험 시설이자 지역 3차 의료기관인 대형병원에서 확진자가 잇따라 발생하자 비상이 걸렸다.
입원환자를 분류해 병원에 잔류시킬 것인지 아니면 가까운 다른 병원으로 옮길 것인지를 저울질하고 있다. 만일 대규모 확산이 현실화할 때를 대비해 병원의 코호트 격리방안까지 신중히 검토하고 있지만, 병원 규모가 워낙 커서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시와 방역 당국은 신경외과 회식이 소규모 집단감염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역학조사를 하고 있다.
예비신부인 의사 1명이 감염된 광주 북구 현대병원도 의료진 99명과 환자, 직원 105명 등 204명을 대상으로 검체 채취를 통한 진단검사를 진행 중이다. 광주지역 누적 확진자는 현재 556명(지역감염 483명, 해외유입 73명)으로 11월 들어서만 벌써 42명(지역감염 35명, 해외유입 7명)이 확진됐다.
광주시는 전남대병원 등의 확산추세가 엄중하다고 판단해 15일 오후 2시 민관대책위를 열고 대유행 재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 1.5단계 격상 방안을 논의한다.
전남에서도 지역감염 6명과 해외유입 1명 등 확진자 7명이 추가됐다. 동부권인 여수와 순천, 광양 등 생활권이 같은 3개 지자체는 불특정 감염이 늘자 사회적 거리 두기를 1.5단계로 상향 조정했다. 순천은 지난 11일, 광양은 13일 낮 12시, 여수는 14일부터 1.5단계에 돌입했다.
여수에서는 지난 7일 지역감염자가 발생한 이후 순천과 광양의 직장 내 감염 등 6명의 확진자가 추가됐다. 석유화학 업체가 밀집한 여수산단 입주업체 직원이 확진판정을 받았고 광양제철 협력업체에서도 확진자가 나왔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셧다운(가동중단) 등 천문학적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남지역 누적 확진자는 238명(지역감염자 190명, 해외유입 48명)으로 현재 7179명에 대한 진단검사가 진행 중이다. 지역별로는 순천이 81명으로 가장 많고 광양 31명, 목포 12명, 여수 6명 등이다. 고흥, 해남, 장흥, 강진 등 4개 지자체는 아직 1명도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1.5단계로 격상되면 학교는 물론 다중이용시설, 공공시설, 종교시설 등의 인원이 제한된다. 각급 학교는 등교수업 학생 수를 3분의 2 이하로 유지하고 면적 50㎡ 이상 식당·카페는 탁자·좌석을 1m 이상 거리에 두고 한 칸씩 띄우거나 칸막이를 설치해야 한다.
결혼·장례식장, 학원 등은 4㎥당 이용 인원이 1명으로 제한되고 모임·축제도 100명 미만으로 열어야 한다. 만일 500명을 넘으면 방역관리계획을 세워 신고하고 협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 예배·미사·법회 등 종교행사는 좌석 30% 안에서 진행하고 식사는 금지된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마스크 착용이 느슨해지면 감염위험이 당연히 커진다“며 ”증상이 있을 때는 즉각 선별진료소를 찾고 방역수칙을 언제 어느 곳에서든 철저히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