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日스가 콕 집어 “특히 반갑습니다”

입력 2020-11-14 17:48
문재인 대통령(화면 위 오른쪽부터),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리커창 중국 총리가 14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아세안+3' 화상 정상회의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화상으로 개최된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에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를 향해 “특히 반갑다”며 각별한 인사를 건넸다. 일제 강제징용 노동자 배상 문제로 경색한 양국 관계를 풀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날 아세안+3 정상회의 모두발언에서 “존경하는 의장님, 각국 정상 여러분. 특히 일본의 스가 총리님 반갑습니다”라며 콕 집어 언급했다. 화상대화였지만, 지난 9월 스가 총리 취임 후 처음으로 얼굴을 마주한 자리였다. 다자 정상회의 무대에서 의장국 정상 등에게 이같이 예우하는 경우는 있지만, 특정 국가 정상을 향해 인사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9월 스가 총리와의 첫 정상 통화에서 “양국의 현안 해결을 위한 소통 노력을 새 마음가짐으로 가속하자”고 했고, 스가 총리도 “매우 어려운 상황에 있는 양국 관계를 방치하면 안 된다”고 호응했다.


양국 관계 개선을 향한 의지의 연장선상에서 청와대와 정부는 그간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왔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은 지난 8일부터 나흘간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해 올해 서울 개최를 추진 중인 한·중·일 정상회담에 스가 총리의 참석 여부를 조율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원장은 지난 10일 스가 총리를 예방한 자리에선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에 이은 새 한일 공동선언을 제안하기도 했다. 꼬일 대로 꼬인 갈등을 풀고, 미래지향적 관계로 나아가자는 제스처였다. 한일의원연맹 회장인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난 13일 스가 총리를 만나 “현안을 타결해 나가는 여건과 환경을 만드는 데 열심히 하겠다”고 하는 등 힘을 보탰다.

문재인 대통령(화면 위 오른쪽)이 14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아세안+3' 화상 정상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화면 위 왼쪽)가 문 대통령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현재까지 스가 총리가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박 원장의 공동선언 제안에 스가 총리가 난색을 보였다는 현지 보도가 있었고, 김 의원의 방한 요청에 대한 답변도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였다.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노동자 배상 판결이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에 위배된다며 한국 측이 해결책을 제시하라는 기존 입장의 반복인 셈이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