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공이 자기 꼬리를 잡으려고 빙글빙글 도는 모습을 본 적 있으신가요? 반려견을 기르는 가정이라면 한 번쯤은 봤을 이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행동전문가들은 ‘꼬리 쫓기(tail chasing)’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얼핏 우스꽝스러운 이 행동이 실은 건강의 적신호입니다.
전문가들은 꼬리 쫓기가 답답한 실내 생활에서 비롯된 스트레스성 정형행동(Stereotypic Behavior)이라고 경고하는데요. 미국 동물병원연맹인 VCA 소속 행동전문가 린 부츠하르트의 분석 보고서를 살펴보겠습니다.
개들의 꼬리 쫓기, 나이마다 다르다
개들의 꼬리 물기는 다양한 연령대에서 관찰되며 그 이유는 나이마다 다릅니다.
먼저 생후 1년 미만의 어린 강아지에게 꼬리 쫓기는 인지발달 과정상 자연스러운 행동입니다. 새끼들은 다리, 꼬리 등 신체 부위를 자기 것으로 인식하지 못합니다. 하나하나 씹어보고 아파하면서 비로소 자기 것임을 확신하죠. 부츠하르트는 “장난감인 줄 알았던 꼬리가 자기 몸의 일부임을 알게 된다”면서 “강아지가 꼬리를 쫓는다면 그저 성장 과정으로 지켜보라”고 조언합니다.
반면 노령견이 자기 꼬리를 쫓는다면 인지장애를 의심해야 합니다. 꼬리가 자기 몸의 일부라는 사실을 잊었을 가능성이 높으며 그 행동은 더 반복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큽니다. 이 경우 수의사는 사람에게도 적용되는 항우울제 등을 처방합니다.
오랜 감금생활로 스트레스…보호자 반성해야
만약 1살 이후의 성견이 꼬리를 쫓는다면 보호자는 반성해야 합니다. 오랜 감금생활로 견공이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린다는 유력한 증거입니다. 개들은 신체 에너지가 많은 동물입니다. 육체와 정신이 두루 건강하려면 하루에 1시간 이상 보호자와 산책하고 사냥본능을 발휘하는 등 행동풍부화(animal enrichment)를 즐겨야 합니다.
행동풍부화를 누리지 못한 동물을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습니다. 견디다 못해 자해, 반복되는 정형행동을 보입니다. 동물원에서 머리를 벽에 박는 코끼리, 자기 배설물을 집어먹는 영장류 등이 그 예시입니다. 마찬가지로 반려견들은 스스로 꼬리, 다리 등을 학대하면서 억압된 에너지를 해소합니다.
무심한 보호자의 관심을 끌려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부분 견주는 자기 개가 꼬리를 쫓는 모습을 귀여워하는데요. 개들은 보호자를 기쁘게 했다는 성취감을 얻습니다. 결과적으로 약속된 행동을 하면 칭찬이나 간식을 보상받는 ‘긍정강화’ 교육을 받은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이렇게 되면 개는 꼬리물기 행동을 더 자주할 겁니다.
견주가 화를 내면 문제는 나아질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관심이 고픈 개들은 욕이든 칭찬이든 가리지 않습니다. 꾸짖는 것조차 관심이므로 질책은 오히려 꼬리 물기를 강화합니다.
따라서 빙빙 돌면서 꼬리를 무는 동안에는 그 개를 무시하는 것이 정답입니다.
꼬리 물기, 해법은 간단하다
꼬리 쫓기를 해결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견공이 원하는 만큼 산책을 하거나 공놀이를 해야 합니다. 꼬리를 쫓는 대신에 공을 쫓고 달리도록 도와주는 것이죠. 혹은 머리를 써야 간식을 먹을 수 있도록 반려견용 퍼즐에 감춰두는 방법도 좋습니다.
행동전문가 부츠하르트는 “당신의 개가 자기 꼬리를 쫓아다니거나 물어뜯는다면 동물병원을 방문하라”고 권합니다. 수의사가 본다면 꼬리 쫓기의 원인과 해법을 자세히 진단할 겁니다. 드문 경우지만 기생충으로 내장이 아플 때, 꼬리에 미세한 골절이 있을 때, 피부병에 걸려서 꼬리를 쫓는 경우도 있거든요.
한 번 시작된 꼬리 물기는 쉽게 멈추지 않습니다. 개에게 쌓인 스트레스가 많은 데다 꼬리 물기가 이미 습관화한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조급해하지 말고 개와 보호자가 천천히 생활습관을 바꿔야 합니다. 수의사의 조언에 따라 약물을 처방하고, 더 중요한 것은 개에게 원하는 만큼의 놀이와 자유를 주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
[개st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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