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쓰라는 말에 상처받는 소이증 아이들

입력 2020-11-14 09:00 수정 2020-11-14 09:00
소이증을 앓는 지원이의 마스크 착용 사진. 지원이 부모 제공

“공공장소에서 ‘아이 마스크 (제대로) 씌워라’는 말 들으면 마음이 참 많이 아픕니다.”

24개월 지원이(가명) 마스크는 헐거워 수시로 흘러내린다. 양쪽 귀 크기가 작고 귓바퀴가 짧아서 마스크가 귀에 걸리지 않기 때문이다. 지원이는 목걸이용 줄을 마스크 끝과 연결해 뒷머리에 고정해야만 마스크를 착용할 수 있다. 소이증 아동들은 이런 식으로 마스크를 쓴다.

지원이가 앓고 있는 소이증(小耳症)은 한쪽 또는 양쪽의 귀가 정상보다 훨씬 작고 모양이 변형된 상태를 가리킨다. 신생아 7000~8000명 중 한 명이 걸리는 희귀병으로, 매년 약 40명의 아이들이 일반인 귀의 4분의1 정도 크기로 태어난다. 정확한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다. 약 95%는 한쪽 귀에서만, 나머지 5%는 양쪽 귀에서 나타난다.

소이 아이들은 외관상 드러나는 작은 귀 탓에 또래의 놀림과 어른들 편견에 시달린다. 코로나19 시대에는 마스크 문제가 보태졌다. 팬데믹 상황에서 더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소이 아동 엄마 6명에게 속마음을 들었다. 소이증 자녀를 둔 엄마들이 모인 ‘소이 엄마’ 단톡방의 멤버들이다.

"엄마, 나 귀없쪄" 가슴 아픈 아이의 말

민선이의 생후 10일(왼쪽 사진)과 8개월 때 모습(오른쪽). 민선이 엄마 최문정씨 제공

‘소이 엄마’ 단체 카톡방 개설자이고 중학생인 민선이 엄마 최문정씨는 민선이가 태어났던 14년 전을 떠올렸다. 그는 “아이가 태어나고 나서 소이인 걸 알았다. 어떻게 키워야 할지 모르겠더라”며 “내가 어떻게 키우지? 오만가지 생각을 다 하고 인터넷에 들어가서 찾아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막막했다”고 털어놓았다.

가장 힘든 건 시선이었다. 소이 아동을 둔 부모 6명 모두 소이증 때문에 아이가 차별, 놀림 등을 받은 경험이 있었다.

최씨는 딸이 처음 작은 귀 때문에 놀림 받은 걸 알게 된 순간을 기억한다. 네 살, 민선이의 말문이 막 트이려던 때였다. 집에 돌아온 아이는 그날따라 거울을 오래 봤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질문이 날아왔다. “엄마 나 귀 없쪄(없어)?” “아냐, 민선이 귀 있어” 엄마 대답에도 민선이는 한참 거울을 들여다 봤다. 그리고는 “아냐 귀없쪄. 민선이 귀없쪄” 하고 되뇌었다. 알고 보니 그날 동갑내기 동네 친구가 “얼레리 꼴레리, 귀 없대요”라며 놀렸다고 했다. 최씨는 민선이에게 “귀가 없는 게 아냐. 아직 아가귀야. 조금 있으면 언니 귀가 될 거야”라고 토닥여줬다.

어른들의 몰상식은 더 큰 상처를 줬다. 올해 3살이 된 려원이를 데리고 병원을 가던 박정남(38)씨는 “너희 엄마가 너를 가졌을 때 뭘 잘못 먹어서 네가 이렇게 태어났냐”는 소리를 들었다. 아직도 가슴에 비수처럼 박힌 말이다.

올해 15개월인 임수호 군의 엄마 강보라(38)씨도 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한다. 평소 귀를 감추지 않는 수호군은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 가면 모자를 써 귀를 가린다고 했다. “괴물이냐” “(귀를) 펴주면 된다” “엄마 탓이다”…. 8살 지윤이를 키우는 동안 유미현(41)씨는 이런 말도 들었다.

최씨는 소이 아동들과 일반 아이들이 크게 다르지 않다면서 소이 아동을 향한 차별 어린 시선을 거둬줄 것을 당부했다.

“우리 아이가 (소이라고 해서) 특별하지 않아요. 다른 아이들처럼 똑같이 말 안 듣고, 10살 사춘기 되면 머리에 스팀 뿜는 거 다 똑같거든요. 정말 단지 귀만 작게 태어난 것뿐이지, 똑같은 아이니까, 사랑으로 건강하게 씩씩하게 키웠으면 좋겠어요.”

소이증 귀재건술 예시사진. 보나성형외과 김영수 원장 제공.

쳐다보고 속닥이고…6살 아이가 수술받은 이유

사람들의 시선과 차별 어린 말은 아이들을 일찍 수술대에 오르게 한다. 10살 자녀를 둔 이현경 씨도 그런 경우다. 아이는 4년 전인 6살 때 소이증 수술을 받았다. 편차는 있지만 외이도개방술이나 귀 재건술같은 소이증 수술은 아동기 이후 이뤄진다. 이씨가 이른 수술을 결심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이씨는 “대형마트나 번화가를 이용할 때 느껴지는 눈길이 있다. 속삭이는 사람들도 많이 봤다”면서 “제가 느끼는 그 눈길을 아이가 느끼지 않았으면 해서 일찍 수술 결정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수술 후에도 크고 작은 어려움은 남는다. 익명을 요청한 소이 아동 부모는 재건 귀에 대해 “단단하기 때문에 일반인에게는 약한 통증만 있을 충격에도 큰 통증이 온다”면서 “저희 아이는 수술 부위 주변에 큰 탈모가 생겼다”고 전했다.

민선이는 외이도개방술과 귀 재건술을 받은 후 귀에 염증이 차는 부작용이 반복되고 있다고 했다. 귓구멍의 위치와 재건 수술을 받은 귀 위치가 겹친 탓이다. 최씨는 “다행히 귀 전문 의사가 동네에 있어 이비인후과에서 드레싱을 받는다”며 “해도 그때뿐이고, 다시 염증 생기기 반복”이라고 토로했다.

코로나시대, 소이 아동들이 마스크 쓰는 법

코로나19로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된 요즘, 소이증 아동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마스크다. 귀가 작거나 없는 소이 아동들은 물론, 수술한 아동들도 마스크 착용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일반인 귀와 달리 재건 수술을 한 귀는 뒷부분이 오목하지 않고, 유연하게 움직이지 않아서 마스크를 귀에 걸면 금방 빠진다.

최씨는 “마스크 착용한 부위에 힘을 주거나 하품만 해도 마스크가 금방 빠져버린다”고 설명했다.

귀에 걸지 않는 마스크 착용법. 익명 제공

소이 아동들은 각자의 방법으로 마스크를 착용하는 방법을 고안해냈다. 모자에 단추를 달거나 마스크 고리를 활용하거나 똑딱핀, 머플러 등의 도구를 사용해 마스크를 건다. 대용량 커피믹스 상자의 손잡이를 이용하는 이들도 있다.

그나마 최근에는 고민을 한결 덜었다. 마스크를 귀에 걸지 않아도 되는 다양한 아이디어 상품이 시중에 등장한 덕이다. 코로나 시국이 고민도 주고, 해법도 준 셈이다. 최씨는 이 같은 변화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사실 이전엔 겨울이 돼서 미세먼지가 심해져도 마스크를 할 수가 없었거든요. 요즘엔 (사람들이 마스크를 많이 사용하면서) 귀 뒤가 아프다는 이유로 귀에 안 걸어도 되는 아이디어 상품이 많이 나오잖아요. 오히려 그런 게 너무 감사한 상황인 거죠.”

"나만 귀가 작은 게 아니구나" 연대 통해 깨달음 얻는 아이들

귀에 걸지 않는 마스크 착용 방법. 유미현씨 제공

“맘카페에 글을 올려도 본인 아이들이 소이가 아니니까 공감이 형성되지 않았어요. 의기소침해진 면이 없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시작한 게 ‘소이 엄마’ 단체 카톡방이다. 10명으로 시작해 지금은 310명이 넘는 부모들이 함께하고 있다. “왕래도 많이 하고 가족같이 지내는 사이”이자 “육아 전우” “해우소”이기도 하다.

고립됐다고 생각했던 부모들은 이곳에서 정보를 공유하고 경험을 나눈다. 1년에 2회 이상 모임을 가지며 고충을 해결하기도 한다. 최씨는 “민선이가 같은 (소이) 친구들을 만나면서 ‘나만 귀가 작은 게 아니구나’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에게 가장 큰 고민은 수술비다. 2018년 건강보험 대상 질병에 소이증이 포함되면서 병원 치료비는 줄었지만 2~3회 받아야 하는 수술 비용은 여전히 경제적으로 큰 부담이다. 2차, 3차 수술은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되는 경우가 많아서다.

귀 양쪽 모두에 소이증을 앓고 있는 3살 려원이의 엄마 박정남(38)씨는 “예뻐지고 싶어서 하는 수술이 아니다. 마음을 치료하는 수술이라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미현(41)씨도 “평범한 삶을 위해 하는 수술이지 예쁜 귀를 갖고자 미적인 수술을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비용 문제가 개선됐으면 한다”고 소망을 밝혔다.

김남명, 송다영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