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무게 4㎏’ 11세 소년의 죽음에 베트남이 울었다

입력 2020-11-14 05:36
베트남 익스프레스 제공

키 62㎝, 몸무게 3.9㎏. 베트남에서 가장 작은 소년이 사망했다. 밝은 모습으로 각종 어려움을 극복해왔던 소년의 죽음에 많은 이들이 애도하고 있다.

10일(현지시간) 베트남 익스프레스는 시클증후군을 앓던 11세 소년 딘 번 레가 전날 갑작스러운 뇌졸중으로 입원한 지 4일 만에 세상을 떠났다고 전했다. 시클증후군은 왜소증, 지적 장애, 얼굴 변형 등 다양한 증상을 보이는 매우 희귀한 유전질환이다.

레는 미숙아로 태어나 다섯 살이 됐을 때 고작 키 50㎝, 체중 3㎏에 불과했다. 소년은 신체적·정신적 장애로 각종 질병에 쉽게 노출됐고, 또래 아이들과 같은 일상 생활을 하는 것에 제약이 따랐다.

베트남 익스프레스 제공

투병 생활에 지쳐가던 레가 웃음을 되찾은 것은 2016년의 일이었다. 일곱 살이던 레는 기숙학교 교장 선생님 당 반 꽝을 만나게 됐다. 그는 레의 반짝이는 눈을 잊을 수 없어 자신이 소년을 돌보겠다고 자청했다. 매주 월요일 아침 레의 부모가 레를 학교에 데려다주면, 집으로 돌아가는 금요일까지 꽝은 레의 선생님이자 부모님이 되어줬다.

그는 레가 학교와 기숙사에 적응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기숙학교의 동료 교사들도 체구가 작은 레를 위해 전용 의자를 만들어주거나, 직접 목욕을 시키는 등 최선을 다해 보살폈다. 결국 “1주일만 함께 생활해보자”던 레의 기숙학교 생활은 어느새 5년이 됐다.

꽝은 “1년 정도가 지나자 레가 학교생활에 적응하는 것 같았다. 화장실도 혼자 갈 수 있게 됐다”며 “말을 잘하지는 못했지만, 주변 사람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랑스러운 아이였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모두는 레를 아들처럼 생각한다”며 특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꽝은 휴일이면 레를 야외로 이끌어 자연 속에서 뛰놀게 했다. 남과 다른 외형에 사람이 많은 곳을 무서워했던 레는 꽝의 노력 덕분인지 점점 세상에 경계심을 풀었다. 또래 친구들과 함께 밥을 먹고, 공부하는 것이 이제는 레에게도 당연한 일상이 됐다.

베트남 익스프레스 제공

그러나 꽝 선생님과 친구들은 더는 레의 모습을 볼 수 없게 됐다. 학교에서 수업을 듣던 레가 갑자기 쓰러져 병원으로 옮긴 지 나흘 만에 숨졌기 때문이다. 소년의 사인은 뇌졸중이었지만 앞서 겪어온 폐렴과 선천성 심장질환 등으로 이미 몸이 매우 쇠약한 상태였다고 전해졌다.

고향인 베트남 중부 꽝응아이성에서 치러진 장례식에는 가족을 비롯해 레와 5년을 함께 보냈던 꽝 선생님을 비롯한 기숙학교 교사들과 반 친구들이 참석해 소년의 마지막을 함께했다. 현지 언론 보도를 통해 레의 사연이 알려지자 많은 베트남인도 레의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했다.

김수련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