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내린 결승선 3m 앞. 두 손을 번쩍 들어 올린 사내의 손가락 몇 마디는 굽어있었다. 장장 17시간여의 사투. 크리스 니킥(21)은 그렇게 세계 첫 사나이가 됐다.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지만, 철인3종경기(트라이애슬론)를 완주한 최초의 인간 말이다.
12일(현지시간) 스페셜올림픽위원회와 폭스뉴스에 따르면 니킥은 지난 8일 열린 철인3종 경기 대회에서 16시간46분9초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수영 3.8㎞, 자전거 180㎞, 마라톤 42.195㎞ 등 철인 3종 구간을 일반 선수들처럼 17시간 안에 주파한 것이다.
철인3종 경기는 특유의 인내심과 다져진 체력이 없다면 완주가 불가능한 극한의 스포츠로 통한다. 니킥에게도 이번 레이스가 도전의 연속이다. 그는 넘어져 오른쪽 무릎이 까져도 헤엄치고, 페달을 밟고, 달리고 또 달렸다. 허리 줄로 연결돼 한 몸이 된 ‘가이드’(GUIDE)가 니킥의 방향타가 되어 줬다. 과거 받은 두 번의 심장 수술과 여러 차례의 귓구멍 재건 수술도 전반적인 컨디션을 떨어뜨렸다.
하지만 니킥은 “불가능은 없다. ‘세계 챔피언 크리스’ 매일 1%씩 더 기록을 단축하자”는 붉은 티셔츠 위 각오처럼 결국 목표를 이뤄냈다. 니킥의 아버지는 “아들이 태어났을 때 사람들은 앞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다거나 어떤 목표에도 도달하지 못하고, 두발로 할 수 있는 것이 없을 거라고 평가했다”며 “그렇지만 우리는 오랫동안 아들을 믿고 기다렸다”고 감격스러워했다. 세리 휠럭 플로리다 스페셜올림픽조직위원회 위원장도 “니킥의 놀라운 성과에 경의를 표한다. 니킥은 미국의 모든 운동선수와 시민들에게 깊은 영감을 준 영웅”이라고 치켜세웠다.
니킥의 기록은 장애인스포츠계뿐만 아니라 국내 철인3종 경기에 있어서도 신선한 충격이다. 박찬호 철인3종경기 청소년대표팀 감독은 이날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건강한 젊은 남성이라도 정규 코스를 17시간 안에 완주하려면 1년가량의 훈련이 필요하다”며 “일반인도 치밀하게 준비해야 겨우 할 수 있는 완주를 여러 제약에도 해냈다는 건 실로 대단하고 놀라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