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야외놀이 시간에 뛰어놀던 6살 아들이 친구와 부딪힌 후 숨졌습니다….”
이런 비극이 시작된 건 지난달 21일, A씨가 직장에서 점심 식사 후 커피를 마시고 있을 때였다. 6세 큰아들의 어린이집에서 전화가 왔다. 아이가 야외놀이 중 친구와 부딪혔는데 많이 울고, 점심을 토하고, 식은땀을 흘려 병원에 가야 할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A씨와 교사는 우선 검사가 가능한 인근 병원에서 진료를 보기로 했다. A씨는 곧장 짐을 챙겨 병원으로 향했다.
그리고 이틀 뒤, 아들이 세상을 떠났다. CCTV를 확인해 보니 친구와 이마를 부딪쳤다는 아들의 오른쪽 머리에 골절, 뇌출혈이 생겼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한동안 야외활동을 못 했던 아이들은 유독 신나있었다. 정신없이 뛰어노는 아이들 틈 속, 아들과 한 친구가 서로를 보지 못한 채 달리다가 부딪혔다. 아들은 그 충격으로 넘어지며 바닥에 머리를 부딪쳤다.
A씨가 13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올린 글의 내용 중 일부다. A씨는 “아들이 뛰어놀던 곳은 어린이집 관할 놀이터가 아닌, 그 놀이터와 이어져 있는 옆 아파트 관할의 농구장이었다”고 말했다. 사고가 난 곳이 놀이터처럼 푹신한 재질의 바닥이 아닌, 우레탄 바닥이었다는 것이다.
A씨는 “어린이집 놀이터는 놀이기구들이 있어 아이들이 뛰어놀만한 공간이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아이들은 자주 옆 농구장에서도 논다”며 “이 농구장과 놀이터는 다른 어린이집이 함께 이용하는 곳으로, 아이들이 킥보드를 타거나 뛰어노는 공간으로 많이 이용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연령별 담임 보육교사를 증원하는 법령을 만들어달라”고 제안했다. A씨는 “현재 어린이집 연령별 보육교사 대 원아 비율은 4세 1대 7, 5세 1대 15, 6~7세 1대 20”이라며 “야외놀이 시 보조교사를 추가배정 할 수 있지만 의무사항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담임교사 대 원아 비율을 4세 1대 4, 5세 1대 7, 6~7세 1대 10으로, 야외놀이 시에는 각각 1대 3, 1대 5, 1대 7로 조정해달라”며 “내 자녀 2명도 한꺼번에 보기 힘든데 어떻게 에너지 넘치는 아이들 20명을 교사 1명이 일일이 보살피고 돌발 상황에 제어하겠나”라고 덧붙였다. “아이들의 활동 범위가 넓은 야외놀이 시 보조 교사가 있다면 많은 사건사고가 줄어들 것”이라고도 했다.
A씨는 “어린이집에 대체 보육교사가 없어 사고 이후로도 담임교사는 지난 2주간 출근했다”며 “그 교사는 매일 무슨 마음으로 출근했겠느냐. 얼마나 잔인한 현실인가”라고 말했다. 또 “어딜 가든 무얼 하든 우리 아들이 너무 보고 싶다. 둘째는 형아 장난감과 그림을 가리키며 제 손을 현관문으로 이끌고 형아를 데리러 가자고 한다”면서 “이런 죄책감, 괴로움, 그리움을 그 누구도 겪지 않았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A씨의 청원은 게시된 지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아 사전동의 요건인 100명을 넘겼다. 청원 페이지 관리자는 동의자 수 100명을 넘긴 청원에 한해 검토 후 게시판에 공개한다. 이날 오후 4시57분 기준 이 청원의 동의자 수는 6292명이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